11일(현지시간) 미국 매체에 따르면, 미국 내 셰일 가스·오일 매장량이 가장 많은 텍사스주에서는 대형 정유소가 신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5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 정유소가 새로 건설된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3000억달러(약 443조원) 규모 거래"라고 강조했다.
해당 정유소는 텍사스 브라운스빌 항만에 들어서며 올해 2분기 착공될 예정이다.
특히 이 시설은 원재료로 미국산 셰일오일만 사용할 계획이다. 20년간 약 12억배럴 상당의 미국산 경질 셰일오일이 이곳에서 처리되며, 같은 기간 500억갤런(약 1893억리터) 상당의 정제 석유가 생산될 전망이다.
셰일 장비 품귀…'셰일 혁명' 다시 오나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수요가 치솟으면서 셰일가스 시추에 필요한 수압파쇄 장비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시추 계약업체 패터슨-UTI 에너지의 앤디 헨드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우리가 보유한 천연가스 구동 장비 여력이 바닥난 상태"라면서 "향후 2∼3년간 미국 내 대표 셰일가스 매장지인 헤인즈빌에서 장비 수요가 있을 것이며, 새 장비를 제조해 해당 지역에서 가동을 늘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셰일오일과 가스는 지하 퇴적층인 셰일층에 액체를 고압으로 쏴 암석을 파쇄하는 방식으로 얻는다. 2010년대 국제유가가 오르는 가운데 미국 텍사스·뉴멕시코 지역에서 셰일 오일·가스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는 이른바 '셰일 혁명'이 일어났지만, 이후 유가가 안정되면서 업계가 침체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자 다시 증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미국 내 석유 및 가스 시추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하며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는 구호를 자주 외친 바 있다.
유가 급등에 전기차 업계도 기대감
캘리포니아주의 전기차 업계 역시 남몰래 미소 짓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유류비 걱정 없는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 일간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평균 5.20달러에 달한다"며 "이 때문에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샘 아부엘사미드 텔레메트리 에이전시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던 2022년 초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했다"며 "휘발유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전기차, 특히 하이브리드차 보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남미도 천연자원·지정학적 안정성으로 전략적 가치 상승
브라질·가이아나 등 중남미 역시 고유가 국면의 수혜 지역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는 최근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중남미는 세계에서 드물게 경제 성장률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에너지 순 수출국이 많은 지역 구조가 중남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원유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경우 주요 산유국인 브라질, 가이아나, 콜롬비아 등은 수출 증가와 외화 유입 확대 효과를 동시에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보고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와 칠레 등의 경우 상대적으로 혜택이 제한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중남미는 석유와 천연가스뿐 아니라 구리·리튬·농산물 등 핵심 원자재 공급지라는 점에서도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기업들이 공급망을 단축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니어쇼어링(근접지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 흐름 속에서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 역시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남미가 세계 주요 분쟁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러한 기회를 실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역내 무역 확대, 에너지 시장 통합, 공동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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