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6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표
수요, 공급, 정책적 측면 인플레 요소 지목
확장적 재정, 지정학적 리스크, 관세정책 등
“다만 수요보단 비용 쪽 압박이 심해”
수요, 공급, 정책적 측면 인플레 요소 지목
확장적 재정, 지정학적 리스크, 관세정책 등
“다만 수요보단 비용 쪽 압박이 심해”
12일 한은이 발표한 ‘2026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엔 크게 세 가지 측면의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들이 담겼다. 일단 수요 부문에선 예상보다 양호한 주요국 성장세, 확장적 재정 기조 등이 꼽혔다.
최인협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 차장은 “선진국과 신흥국 성장세가 동반 강화되는 시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보다 확대될 수 있다”며 “주요국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 수준을 웃돌고 정부부채도 높은 상황에서 추가 지출 확대 등으로 재정건전성 우려가 심화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세계경제 예상 성장률은 3.1%로, 전년(3.3%)을 소폭 밑돌긴 하지만 양호한 수준이다.
중동 사태 발발로 한은은 공급 측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함께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에 따른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 등이 주요 요인이다. 최 차장은 “최근 반도체, 천연가스 및 비철금속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반도체 사이클은 과거 대비 강하고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물가 파급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은 한은 경기동향팀장도 설명회에서 “1~2월 물가 상승률이 안정됐지만 3월 상황 급변으로 비용(공급) 측면 상방 압력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요 쪽 압력은 아직 크지 않고, 정부 유가 대책도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책적으론 자국 우선주의 산업정책, 미국 관세정책 등이 거론됐다. 코로나19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화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산업정책이 공급망 분절화를 심화시키고 생산비용 상승을 통해 중장기적·구조적인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차장은 또 “미국 관세정책 대상 품목이 확대되거나 관세율이 높아질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될 수 있다”며 “이는 곧 미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불확시성을 높여 달러 강세 등을 유발함으로써 여타 국가 물가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결국 이 같은 요소들이 종합돼 인플레이션이 강화되면 직접적으론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간접적으로는 환율 경로를 통해 국내 물가에 파급될 수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우리나라 필립스곡선 추정 결과,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1%p 상승하면 국내 물가는 0.2%p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설명회에서 “중동 사태로 정책 여건에 큰 변화가 있었고 향후 통화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전개 양상의 불확실성이 높아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말하긴 이르고 4월 통화정책 결정 전까지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동 사태 불확실성이 점차 걷힌다고 해도 한은이 금리 변동 카드를 꺼내들긴 어렵다. 이번 보고서를 주관한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은 특정 방향으로의 기대를 형성하기보다 대내외 여건 변화와 경제지표 등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신중한 중립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메지시를 냈다.
사실상 기준금리를 건드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칫 금리를 내렸다간 현재 국제유가 급등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고, 반대로 금리를 올릴 경우 주택 구매를 위해 대출을 일으킨 차주들이 고통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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