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조달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전세계가 에너지 안보의 '최후 수단'으로 석탄에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2일 보도했다.
발전용 연료로 사용되는 호주 뉴캐슬항 고품위 석탄의 현물 가격은 지난 9일 t당 129달러로 전주 대비 약 12% 상승했다. 이는 2024년 12월 이후 약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럽 시장에서도 석탄 현물 지표와 연결되는 석탄 선물 가격이 지나 3일 한 때 t당 13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 석탄 가격은 최근까지 비교적 약세 흐름을 보여왔다. 주요국의 탈탄소 정책으로 석탄 발전이 축소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소비국인 중국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둔화로 석탄 수요 증가세가 둔화된 영향이 컸다. 반면 석탄보다 연소 시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적은 LNG는 탈탄소를 위한 전환 연료로 각국에서 수요가 확대돼 왔다. 그러나 이번 중동 사태로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급격한 탈탄소 정책은 이번과 같은 충격에 대응할 '도피 경로'를 잃게 만들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진 것이다.
닛케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와 카타르의 LNG 공급 중단으로 세계 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가스 조달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석탄을 급격히 줄이는 정책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석탄 발전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궁밍신 대만 경제부장(장관)은 지난 3일 입법원에서 LNG 조달과 관련해 "3월 물량은 확보했지만 향후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 석탄을 포함한 가스 발전 이외의 예비 전원을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카타르산 LNG 의존도가 높았던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에서도 정부 관계자들이 석탄 화력 활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탈탄소 흐름 속에서 석탄 공장 폐쇄가 진행돼 온 유럽에서도 석탄으로의 회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안보 장관은 지난 4일 "(석탄 공장) 재가동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예비 수단으로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틴 장관은 중동 정세가 악화돼 가스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국내 석탄 화력 발전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주 석탄 조사 회사 '커머디티 인사이트'의 마크 그레스웰 최고경영자(CEO)는 "중동 정세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LNG 재고를 아끼기 위해 석탄 화력 가동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냉방 수요가 증가하는 여름에는 "추가 비용이 최소로 드는 공급 연료로 석탄이 우선 선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호쿠전력의 에사시 케이 탄소중립 추진 매니저는 "석탄은 자원량이 풍부하고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최근 국제 정세를 고려하면 자원이 부족한 일본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탈탄소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두 요소의 균형을 갖춘 전원 구성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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