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 민생물가 특별관리 TF
30년 만에 석유제품 최고가 지정
13일 0시부터 전국서 전격 시행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
L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주유소는 마진 붙여 소매가로 팔아
시세보다 100원 정도 싸게 사는 격
정유사 손실은 정부가 재정 써 보전
30년 만에 석유제품 최고가 지정
13일 0시부터 전국서 전격 시행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
L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주유소는 마진 붙여 소매가로 팔아
시세보다 100원 정도 싸게 사는 격
정유사 손실은 정부가 재정 써 보전
[파이낸셜뉴스] 중동 전쟁발 국제 유가 급등으로 정부가 13일 0시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한다. 일부 도서지역을 제외한 전국 1만3000여개 주유소에 공급하는 정유사 도매가격이 L(리터)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으로 이날부터 2주간 유지된다. 이후 최고가는 다시 지정된다. 소비자들은 최근 시세에 비해 100원 이상의 가격 할인을 받는 셈이다. 정유사가 받는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할 방침이다.
30년 만에 부활하는 석유제품 최고가 지정은 정부 재정 투입을 전제로 유통구조의 윗단인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물가 안정수단이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위반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석유제품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를 13일부로 발동했다.
대외 충격에 따른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전방위 대응은 있어 왔으나 이번처럼 가용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빠른 속도로, 법에서 허용한 최고 수위로 가격을 통제하는 고강도 대응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정유사 손실보전 등에 물가 안정에 필요한 재정 확충을 위해 4~5월 중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12일 정부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전격 지정하고 13일 0시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최고가(L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이다. 도서지역에 공급되는 석유제품의 최고액은 이보다 10~19원 높다. 이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를 공급할 때 이 가격 이상으로 팔 수 없다는 의미다. 주유소는 임대료·인건비 등 여러 비용을 고려해 최고가에서 마진을 더 붙여 판매한다. 실제 소비자들은 최고가격보다 약간 더 높은 가격에 휘발유와 등유를 구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동사태 발발 이후 L당 2000원에 육박하는 소비자 시세를 감안하면 100원 이상 가격이 내리는 것이다.
유통구조의 윗단인 정유사 공급가격의 상한선을 묶는 것인데, 정유사는 원가를 보전 받기 때문에 사실상 큰 손실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모두 정부 재정(세금)을 써서 지원하는 것으로 국제유가 및 지정기간 등 고려해야 해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
기준가격은 정유사의 주간 단위 공급가격(세전)으로 잡았다. 이는 정유사가 주유소,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실제 평균가격이다. 이 가격에 유가 변동률을 곱한 액수에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 등 세금을 더한 것이다. 12일 오전 기준 국내 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903원, 경유는 1924원이다. 이는 중동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각각 210원, 332원 급등한 것이다. 이달 들어 10일 연속 올랐는데, 특히 지난 3~5일간 4%이상 크게 올랐다가 정부의 최고가 지정 등 압박에 오름세가 진정됐다.
이런 최고가 지정은 유가 변동을 반영해 2주 단위로 갱신한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최고가격제 시행은 두 달로 정하면서 중동사태 등 유가 상황에 유동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면서 "가격 안정에 필요하다면 2주 단위 조정 주기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석유제품 소매가격을 사실상 깎아주는 대신, 그 손실은 정부 재정에서 메워준다. 정유사가 자체 원가 등을 감안해 손실액을 산정하고 정부에 정산을 요청한다. 정부는 최고액 정산위원회에서 검증해 정산해 주는 방식이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최고가 지정에 따른 손실 보전과 함께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직접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에 필요한 재정 확충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기름값 최고가 지정이 길어질 경우, 소매 판매 물량을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꼼수 행태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손실 산정에서 정유사의 원가 입증 등에서 마찰도 예상된다.
정부가 물가안정법을 꺼내 정유사와 주유소를 대상으로 사재기와 같은 석유제품 매점매석 행위를 금지하는 고시를 최고가 지정과 동시에 시행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석유제품 최고가격 지정은 30년 만에 부활한 제도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전쟁을 틈 타 일부 주유소가 기름값을 하루 새 과도하게 올리는 한탕주의 행태를 지적하며 "에너지 수급과 가계 불안 상황이 엄중하다"면서 최고가격 제도의 신속한 시행을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경제당국은 긴박하게 움직였고, 대통령 지시 1주일 만에, 미국·이란 전쟁 발발 12일 만에 전격 시행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SNS에 "정부는 기존 관례와 속도를 뛰어넘어 대응하고 있다"고 썼다.
정부는 최고가 지정과 동시에 비축유 방출 등으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너지 취약계층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긴급 생활 지원도 추진한다. 현재 최고 10%(휘발유 7%, 경유 10%) 할인 중인 유류세도 법정 최고한도인 37%까지 내리는 카드도 대기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생물가 잡기에 가용수단을 집중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3대 담합 제재를 상반기 중에 최대한 빨리 완료할 방침이다. 이번 담합 조사를 받고 있는 제당·제분·전분당과 제빵, 라면 제조업체들은 소비자 가격을 최대 6% 인하했다.
'BTS 광화문 공연'을 앞두고 성행하는 암표를 집중하고 돼지고기 등 23개 품목을 민생물가품목으로 지정,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박지영 서영준 김찬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