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 최연소 신임 단장 이준우 첫 연출작
[파이낸셜뉴스]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대통령 성추문 영상이 공개되고, 이를 추적하는 기자들이 거대한 데이터 조작 시스템의 존재를 발견한다. 정치와 미디어, 빅데이터가 결탁한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를 파헤치는 프랑스 화제작 ‘빅 마더’가 서울 무대에 오른다.
작가 멜로디 무레의 ‘빅 마더’는 2023년 프랑스 연극계 최고 권위인 몰리에르상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따끈따끈한 신작. 서울시극단 최연소 단장으로 취임한 이준우(41) 연출이 이 작품으로 3년 임기의 시작을 연다.
대중성과 동시대성 겸비한 작품
이 단장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지금 시대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대중적 재미도 갖춘 연극”이라며 “관객들이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듯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빅 마더’는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스캔들에서 출발한다.
제목 '빅 마더'는 조지 오웰 소설 '1984' 속 '빅 브라더'를 연상시킨다. 이 단장은 ‘빅 마더’를 ‘빅 브라더’와 비교하며 “권력이 강압적으로 감시하는 ‘빅 브라더’와 달리 ‘빅 마더’는 우리의 편안함을 이용해 생각과 선택을 서서히 조정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고 비교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그 편안함에 익숙해져 그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은 이를 무겁게 설교하기보다는 유머와 풍자를 섞은 희극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며 “빅데이터 시대에 정보가 어떻게 조작되고 권력으로 작동하는지를 다루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58개의 장면 구성, 빠른 전개 특징
이 연극의 또 다른 특징은 빠른 전개다. 총 58개의 짧은 장면으로 구성돼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며 정치 스릴러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 단장은 “일반 희곡에서는 보기 드문 구성이라 장면 전환과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관객이 다른 생각으로 빠지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따라오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미디어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무대 연출도 시도된다. LED 스크린과 실시간 영상 등을 활용해 뉴스와 정보가 생산되는 과정을 무대 위에서 드러낸다. 그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와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영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들의 기대감도 크다. 베테랑 저널리스트이자 ‘뉴욕 탐사’ 편집장 오웬 역에는 조한철과 유성주가 더블 캐스팅됐다.
유성주는 “지금 시대에 필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내 초연작이라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연출과 배우들이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한철 역시 “대본이 신선했고 지금 해야 할 연극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며 “인물 구조가 복잡해 배우들도 ‘맨땅에 헤딩’하듯 만들어가고 있지만 분위기는 매우 좋다”고 전했다.
기후 문제에 관심이 큰 케이트 역 서울시극단의 최나라 단원은 “젊은 단장이 오면서 극단의 감각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며 “기존 관객층뿐 아니라 더 다양한 관객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9년 연극 ‘포트폴리오’에서 이 단장과 호흡한 바 있다. 그는 “작품 속에서도 네 명의 기자가 서로 다른 세대의 시각을 보여주듯, 이 단장의 합류로 새로운 에너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단장은 연극뿐 아니라 회화와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져온 만큼, 닫혀 있지 않은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점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단순히 젊은 연출가라는 이유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며 “그의 작품과 연극계 반응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서울시극단과 좋은 파트너십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연극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학로를 중심으로 강인한 생명력으로 이어 왔다”며 “서울시극단도 그 흐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가운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극 ‘빅 마더’는 오는 30일부터 4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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