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진짜 현기증 난다"…'원유 ETF' 널뛰기 장세, 중동발 유가 요동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3 05:45

수정 2026.03.13 05:45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42.30포인트(0.75%) 하락한 5567.65에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13.6원 오른 1480.1원으로, 코스닥지수는 4.83포인트(0.42%) 내린 1132.00에 거래를 시작했다. 2026.03.12. kch0523@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42.30포인트(0.75%) 하락한 5567.65에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13.6원 오른 1480.1원으로, 코스닥지수는 4.83포인트(0.42%) 내린 1132.00에 거래를 시작했다. 2026.03.12. kch0523@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넘나들며 요동치자,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가격 급등락을 겪고 있다. 기초 지수 흐름을 좇아야 할 ETF 상품이 매일같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도 혼선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 기준 'KODEX WTI원유선물(H)' 가격은 전날보다 10.57% 뛴 2만207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위험 분산을 목적으로 하는 ETF가 하루 만에 10% 이상 출렁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원유 ETF의 극심한 가격 변동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당 종목은 9일 중동 사태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자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결국 29.31% 급등한 채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10일에는 14.08% 급락하며 전날의 오름폭을 대부분 토해냈다. 이어 11일에도 4.93% 더 떨어지며 주당 가격이 1만원 선으로 주저앉았다. 이후 12일 다시 10%대 상승 폭을 나타내는 등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든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KODEX WTI원유선물(H)'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최근월물 선물을 주로 담는 세계 최대 규모 원유 ETF 'United States OIL ETF'의 수익률을 따라가도록 설계됐다. 평소에는 가격 움직임이 크지 않은 종목으로 꼽혀왔다. 시가총액이 1600억원에 이르는 국내 1위 원유 ETF로, 최근 3년 동안 주가 흐름은 1만원에서 1만5000원 사이를 맴도는 수준이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품들 역시 비슷한 처지다. 유가가 널뛰기를 반복하면서 'TIGER 원유선물인버스(H)'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등도 연일 10% 안팎의 급등락을 거듭해 투자자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두 상품은 각각 9.60%, 9.46%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서울=뉴시스]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해군은 현재까지 20명의 승무원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공격받은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사진 출처 : 스플래시247닷컴> 2026.03.11.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해군은 현재까지 20명의 승무원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공격받은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사진 출처 : 스플래시247닷컴> 2026.03.11. /사진=뉴시스

원유 ETF가 일반 주식보다 더 큰 폭으로 요동치는 배경에는 지정학적 위험을 다룬 소식 하나에 투자 심리가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ETF의 경우 일반 상장사와 달리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 종목'으로 묶을 수 없어, 개인 투자자들이 실제보다 위험을 낮게 인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가격과 실시간 지표가치(iNAV) 간의 격차를 뜻하는 괴리율이 기준치를 넘어서는 사례가 잦아지는 현상도 주요 위험 요인이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이달 들어 ETF 괴리율 초과를 알리는 공시는 250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전체 공시가 372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7거래일 만에 한 달 치의 3분의 2에 달하는 수치가 쏟아진 것이다. 단기간에 유가가 요동치면서 유동성공급자(LP)가 적절한 매수·매도 호가를 내놓기 힘들어졌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사들이는 고점 매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원유 ETF를 비롯한 관련 상품들의 비정상적인 가격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장 불안정성과 관련해 투자 주의를 당부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거래 규모가 급증한 ETF와 주가연계증권(ETN) 등에 대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이 먼저 위험 요인을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유 ETF가 기초자산인 유가의 실제 흐름보다는 투자자들의 심리에 좌우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하루아침에 가격이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지수 추종이라는 ETF 본래의 목적보다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자본이 몰려들어 가격 변동폭을 더욱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