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주방 내 수납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제와 식품 등 온갖 잡동사니를 싱크대 하부장에 무작정 보관하는 가정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이러한 습관이 안전과 위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건강 및 생활 분야 전문 매체인 이팅웰(EatingWell)에 따르면, 하부장 내부는 온도가 높고 습기가 차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지므로 특정 품목을 넣어둘 경우 안전사고 발생 확률이나 위생상 결함이 커질 우려가 있다.
하부장 안쪽 배수관 주변은 결로 현상이나 옅은 습기 발생
가장 먼저 피해야 할 품목으로는 소형 가전제품이 지목됐다. 내부에 금속 부속품과 회로가 다수 포함된 전자기기 특성상 수분에 닿을 경우 전기적 오류나 부식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전자기기가 수분을 머금게 되면 감전 및 누전 사태로 이어질 확률이 상승한다는 사실은 각종 전기 안전 가이드라인을 통해서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먹는 사료나 일반 음식물 또한 해당 구역에 배치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하부장은 습도와 온도가 비교적 높게 유지되며, 배수관 근처로 미생물 증식에 유리한 조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관련 위생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고온 다습한 장소일수록 세균 및 곰팡이의 번식 속도가 급증해 음식물이 빠르게 상하게 된다. 바짝 말린 식료품이나 동물용 사료라 할지라도 이러한 장소에 오래 머물면 곰팡이가 피거나 산패될 우려가 크다. 그러므로 섭취 목적의 식료품은 통풍이 원활하고 건조한 일반 찬장이나 팬트리에 수납해야 한다.
불이 붙기 쉬운 인화성 물질이나 위험성이 내포된 화학 약품 역시 하부장 수납을 금해야 한다. 강력한 세척제나 표백제, 건전지 등 특정 화학물질은 습도 및 온도 격차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부적절한 장소에 둘 경우 내용물이 새어 나오거나 예기치 못한 화학 작용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이나 어린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집이라면, 손이 닿기 쉬운 곳에 유해 물질을 방치하는 행위 자체가 심각한 사고를 부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품목들을 습기가 없고 서늘한 곳에 둬야 하며, 가급적 시건장치가 마련된 수납장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흡수력이 뛰어난 용품들 최대한 물기 없는 장소에 둬야
스펀지 및 종이 타월 등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지닌 물건들도 하부장에 두기에는 부적합하다. 천이나 종이 재질은 주변의 수분을 빠르게 머금는 특성이 있어, 축축한 장소에 오래 방치될 경우 세균과 곰팡이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주방 내에서 물기를 머금은 천 조각이나 스펀지가 세균 번식의 핵심 매개체로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흡수력이 뛰어난 용품들은 최대한 물기가 없는 장소에 둬야 위생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조명용 전구 또한 하부장 수납을 피해야 할 대상에 포함된다. 수분이 전구 안쪽으로 침투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사례는 흔치 않으나, 파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하부장 내부는 여러 물건과 세제, 배수관 등이 뒤엉켜 복잡하게 구성된 탓에 전구가 다른 물체와 충돌해 산산조각 날 우려가 높다. 만약 전구가 부서질 경우 미세한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치우기 까다로워지며, 신체 일부를 베일 위험성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된 부적절한 물품들을 모두 빼내어 텅 빈 하부장 공간은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이 좋을까. 의외로 해당 구역에 안심하고 넣어둘 수 있는 품목들도 존재한다.
재활용품 모아두는 쓰레기통 보관
가장 먼저 소형 퇴비통을 꼽을 수 있다. 미생물이 유기 물질을 삭히는 음식물 퇴비화 작업은 습도와 온도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장소에서 한층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뚜껑이 꽉 닫히는 밀폐 용기를 배치할 경우 벌레 꼬임이나 냄새 번짐을 차단하는 동시에 버려지는 공간을 알차게 쓸 수 있다.
재활용품을 모아두는 쓰레기통 역시 좋은 선택지다. 유리병이나 플라스틱류는 대개 물로 씻어낸 다음 배출하므로, 개수대 바로 밑에 수거함을 마련해두면 움직이는 동선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표면에 수분이 맺히지 않게끔 완벽히 말린 후 넣어야 한다.
화병을 보관하기에도 적절하다. 식물을 다듬고 꽂는 작업이 주로 개수대 근방에서 진행되는 만큼, 하부장에 화병을 두면 필요할 때 곧바로 꺼내 쓰기 수월하다. 다만 충격에 취약한 유리 재질의 화병일 경우 수납 도중 파손될 여지가 있으므로 흔들림 없이 거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적은 기초 청소 도구들도 하부장에 수납하기 알맞다. 식기세척기 전용 세제나 평범한 주방용 세제, 식초 등은 조리 공간에서 수시로 쓰이는 품목이기에 개수대 밑에 비치하면 실용성이 높다. 하지만 독한 화학 물질이 첨가된 용품이라면 반려동물이나 아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게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끝으로 쓰레기봉투는 하부장 빈자리를 가장 실속 있게 채울 수 있는 품목으로 평가받는다. 조리실 전용 쓰레기봉투는 물론이고 소형 휴지통에 씌울 비닐이나 분리수거용 봉투 등을 한데 모아두면, 상황에 맞춰 즉각적으로 뽑아 쓸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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