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진영 강서연 기자 = 중동 지역 위기로 급등한 유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 일선 주유소 현장에서는 정유사의 공급가와 주유소의 소매가를 혼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13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날 고시된 1차 최고가격은 1리터당 △보통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등유는 리터당 1320원이다.
정부가 설정한 최고가격은 정유소가 주유소에 공급할 때 도매가격에 적용되는 상한가로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기름을 구매할 때 적용되는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이 가격은 국제 유가 흐름을 반영해 2주마다 재조정된다.
하지만 주유소 현장에서는 정유사의 공급가와 주유소의 소매가를 혼동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주유소 대리점을 운영하는 50대 사장 A 씨는 "직영점은 괜찮지만 아닌 곳은 운영 비용을 점주가 부담해서 나가기 때문에 손님들 사이에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왜 여기는 1700원 아니냐고 착각하신다"고 했다.
A 씨는 "아까 친구도 '기름값 내리면 전화해라'라고 해서 1800원대로 내렸다 하니 '왜 1700원이 아니냐'고 하더라"라고 허탈해했다. A 씨의 주유소가 이날 책정한 휘발유 가격은 1843원, 경유 1833원이다.
주유소마다 전에 사둔 비축유가 아직 소진되지 않은 점도 유가 하락을 바로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개인 주유소를 운영하는 60대 B 씨는 "남은 기름을 일단 팔아야 하니까 체감하는 게 뭐 있겠냐"고 푸념했다. 그는 "3일 치 정도가 남았고, 이후 낮아진 가격으로 기름이 들어오면 그때쯤부터 소비자가격에도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가 정유사에 기름값을 지정해 줬으니 그 이상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도매상도 그렇게 많이 올려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각종 운영비와 인건비 등을 자부담하는 B 씨의 개인주유소는 이날 보통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1859원에 팔고 있다.
정유사들은 정부의 방침에 협조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최고가격 산정방식이 공개된 것은 아니라 구체적인 여파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대형 정유소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최고가격 산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저희도 전달받은 바가 없다"며 "정유소 입장에서는 제도 영향을 정확히 알기 (아직) 어렵고 좋다, 나쁘다 말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난색을 표했다.
직영이 아닌 개별 주유소 사업자들의 가격 설정에 대해서도 "정유사의 소관은 아니지만 잘 협조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했다.
오전 자차를 집에 두고 지하철로 출근한 김 모 씨(30대·남)는 정부의 고유가 대책에 대해 "당장은 가격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공급 차질은 계속되기 때문에 정부의 가격 억누르기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가격제는 도매가격에 적용되는 기준이니 일선 주유소에서 얼마나 가격 억제 노력에 부응하는지가 관건일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만약 제도를 어기는 주유소 등을 발견하면 지체없이 저에게 신고해달라. 일부 업체가 어수선한 틈을 타 폭리를 취하거나 부당이득을 챙기는 일 없도록 국민 여러분의 감시와 참여가 필요하다"며 기름값 바가지에 칼을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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