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가격이 12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란의 새 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한 강경 대응을 선언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쟁으로 글로벌 석유시장이 심각한 공급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자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11일(현지 시간) 이번 사태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물가가 관세와 전쟁 영향으로 상승하는 반면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 산업과 관련해서도 “버블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거품이 붕괴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르면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서 수입물가가 올라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는 기업의 생산비와 물류비 부담을 키우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대외 충격에 더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으로 노사 갈등이 가시화할 우려도 커졌다. 이 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에 453개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자 248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현대차, 한화오션, 현대건설 등 우리 경제에서 비중이 큰 기업들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관세와 전쟁이라는 커다란 대외 리스크에 맞닥뜨린 상태다. 여기에 노사갈등 문제까지 겹친다면 위험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파업으로 이어진다면 자동차·조선·건설 등 주요 산업의 생산과 수출, 일자리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반도체 수출 증가로 기업 사정이 나쁘지 않은 삼성전자가 최근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것은 이런 대내외 여건 탓이다.
정부는 노사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의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에서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대내외 불안 요인이 겹치는 시기일수록 갈등 관리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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