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이런 엉터리 대진표가 어디있나" 미·일 결승 프리패스 보장 WBC 황당 규정에 분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3 18:00

수정 2026.03.13 19:20

FIFA 월드컵엔 없는 '지정석 브래킷'… 순위 무시한 미·일 특혜
결승 전까진 절대 못 만난다… 조별리그 결과 무력화하는 강제 분리
MLB·일본 자본이 낳은 흥행 꼼수… 공정성 잃은 상업 대회의 민낯
이탈리아에 패하고 빠져나가고 있는 미국 대표팀.연합뉴스
이탈리아에 패하고 빠져나가고 있는 미국 대표팀.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야구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근본적인 '절차적 공정성' 논란에 직면했다. 2026년 대회 8강 토너먼트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회 조직위원회(WBCI)가 특정 국가들의 결승전 맞대결을 유도하기 위해 기형적인 대진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구조적 모순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8강 토너먼트 대진표에 명시된 '특정 국가 지정 조항'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권위 있는 국제 스포츠 대회는 예외 없이 조별리그 순위에 따라 토너먼트 대진이 기계적으로 확정된다. 'A조 1위는 B조 2위와 맞붙는다'는 식의 룰이 대회 시작 전부터 투명하게 공개되며, 참가국들은 더 나은 대진표를 배정받기 위해 조별리그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친다.



그러나 올해 WBC의 대진 방식은 국제 스포츠의 표준 규범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8강 규정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1위를 하든 2위를 하든 순위와 무관하게 8강 토너먼트의 특정 브래킷(미국 2·3번, 일본 1·4번)에 고정 배정된다. 토너먼트 진출 8개국 중 국가명이 직접 거론되며 자리가 사전 지정된 국가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삼진으로 물러난 미국 대표팀 에런 저지.연합뉴스
삼진으로 물러난 미국 대표팀 에런 저지.연합뉴스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8-6으로 승리한 일본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8-6으로 승리한 일본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이러한 특혜 규정이 초래하는 결과는 명확하다. 두 국가가 토너먼트에 진출하기만 하면, 결승전 이전에는 대진표상 절대 맞붙을 수 없도록 양극단으로 강제 분리된다. 조별리그 성적에 따른 자연스러운 교차 배정을 무시하고, 주최 측이 임의로 두 팀의 동선을 철저히 통제하는 셈이다. 실제로 2023년 대회에서도 이와 동일한 규정이 가동되어 주최 측이 기대했던 미국과 일본의 결승전이 성사된 바 있다.

국제 스포츠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형적 대진의 원인을 WBC의 독특한 지배구조와 노골적인 상업성에서 찾는다. WBC는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순수 국가대항전과 달리,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공동 설립한 WBCI가 주도적으로 대회를 운영한다. 게다가 대회의 수익성을 담보하는 글로벌 스폰서의 막대한 지분이 일본의 거대 기업들로 채워져 있다.

2026 WBC 8강 대진표. 뉴스1
2026 WBC 8강 대진표. 뉴스1

즉, 대회의 흥행과 직접적인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거대한 두 시장인 미국과 일본이 조기에 탈락하거나 맞붙는 상업적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토너먼트 대회의 본질적인 묘미는 성적에 따른 예측 불가능성과 공정한 경쟁에 있다. 특정 국가의 시장성을 이유로 대진표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는, 이 대회가 진정한 의미의 세계선수권대회라기보다는 자본의 논리에 종속된 '상업적 인비테이셔널(초청 대회)'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참가국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꼼수 규정이 계속되는 한, WBC가 야구 부흥을 이끄는 권위 있는 국제대회로 도약하기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