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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이란, 벌써 기뢰 뿌렸나

뉴스1

입력 2026.03.13 18:34

수정 2026.03.13 18:34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이란이 세계 석유 공급망의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에 뿌린 것으로 추정되는 기뢰가 중동 전쟁의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올랐다. 기뢰는 첨단 무기는 아니지만 찾아내기도 제거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바다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로 불린다.

이란은 기뢰 설치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최소 10개의 기뢰가 호르무즈 해협에 깔린 상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이날부터 소형 선박을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도 이란의 기뢰 매설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앞서 개전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수단을 계속 활용해야 한다"고 밝히며 역내 항행 통제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보복하는 과정에서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막은 상태다. 이후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선박들이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발사체에 피격당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미국 전쟁연구소(IISS)는 이미 호르무즈 해협에 이란 기뢰 10개가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기뢰는 적은 수만으로도 선박과 잠수함에 큰 위협을 가한다. 대규모 살포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기뢰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조장해 해상 교통을 마비시킬 수 있다.

미국 로버트 슈트라우스 국제 안보법 센터는 이란이 부유형·계류형 등 다양한 종류의 기뢰 2000개 이상을 보유한다고 추정했다. 기뢰는 한 대당 최저 1500달러(약 225만원) 수준으로 다른 무기들보다 저렴하지만 위력은 막강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뢰는 이란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의 하나"라며 "간단하지만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의 재래식 전력이 초토화됐더라도 기뢰 같은 비대칭 전력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WSJ은 이란이 일반 어선처럼 생긴 소형 선박과 잠수부를 동원해 기뢰를 설치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식별도 제거도 불가능한 비공식 해상 민병대"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트루스소셜에서 "현재로선 그런 보고가 없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했다면 즉각 제거해야 한다"며 "어떤 이유로든 기뢰가 설치됐고 즉시 제거하지 않는다면 이란에 전례 없는 수준의 군사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기뢰를 활용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88년 미국 해군 구축함 한 대가 페르시아만에서 이란의 계류형 기뢰에 피격당했고, 미국은 '프레잉 맨티스 작전'을 개시해 이란에 보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