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부장님, 말 한 번 안 섞은 옆팀 신입 모바일 청첩장은 '스팸' 아닌가요?" [김부장 vs 이사원]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4 08:00

수정 2026.03.14 10:14

"축하인가 수금인가"… 단톡방에 던져진 '청첩장 스팸'
김 부장의 '품앗이' vs 이 사원의 '관계 손절'
식대 8만 원 시대… "5만 원 내고 밥 먹으면 민폐"
"안 가고 5만 원" 대세… 새로운 오피스 에티켓의 탄생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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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안녕하세요, 이번에 장가갑니다. 축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월의 둘째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 영업팀 이 사원(28)의 스마트폰에 사내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말 한 번 제대로 섞어본 적 없는 타 부서 신입사원이 본부 전체 단체 채팅방에 이른바 '모바일 청첩장' 링크를 투척한 것이다.

이 사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화방의 알림을 조용히 껐다.

반면 옆자리의 김 부장(49)은 "그래도 같은 회사 식구인데 축하는 해줘야지"라며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흰 봉투를 찾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봄 웨딩 시즌이 시작되면서, 대한민국 오피스는 지금 '축의금 인플레이션'과 '청첩장 스팸'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카톡으로 띡 날아온 청구서"… '품앗이'와 '스팸' 사이의 동상이몽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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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핵심은 청첩장을 대하는 세대 간의 근본적인 시각차에 있다.

기성세대인 김 부장에게 경조사는 직장 생활의 연장이자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과거부터 내려온 '품앗이' 정서에 기반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얼굴을 비추고 봉투를 건네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사원을 비롯한 2030 세대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업무적 교류나 사적인 친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모바일 메신저로만 날아오는 단톡방 청첩장은 축하를 빙자한 '신종 스팸'이자 일방적인 '수금 행위'로 느껴질 뿐이다.

이들에게 축의금은 철저히 '관계의 깊이'에 비례해야 하는 선택적 지출이다.

◇ 식대 8만 원 시대의 딜레마… 공식 통계가 증명한 축의금 스트레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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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심리적 거리감을 더욱 벌려놓는 것은 무섭게 치솟은 웨딩홀 식대와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이다.

최근 서울 시내 주요 웨딩홀의 식대는 평균 7~8만 원 선을 훌쩍 넘어섰고, 강남권의 경우 10만 원을 상회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실제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취업 플랫폼 인크루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인 기준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할 경우 적정 축의금으로 '10만 원'을 꼽은 응답자가 61.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과거 '기본 5만 원'이던 암묵적인 룰이 고물가에 밀려 두 배로 뛴 것이다. 즉, "5만 원 내고 밥 먹으면 민폐"라는 자조 섞인 공식이 성립되면서, 청첩장을 받는 순간부터 직장인들의 머릿속에는 참석 여부와 송금 액수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 "참석 없이 5만 원 송금"이 대세… 관계의 재정립 필요한 3월 오피스

조직문화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공동체주의가 옅어지고 합리적인 가치관이 자리 잡는 과도기적 진통으로 분석한다.

직장 동료라는 이유만으로 기꺼이 지갑을 열던 시대는 지났다. 고물가와 저성장의 파고 속에서, 10만 원이라는 돈은 나의 금쪽같은 주말 휴식과 개인적인 기회비용을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투자할 만큼 가치 있는 관계인지 냉정하게 저울질하게 만드는 액수다.


무분별한 모바일 청첩장 살포가 오히려 직장 내 평판을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진심으로 축하받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소식을 전하는 새로운 오피스 에티켓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주말, 당신의 스마트폰에 뜬 청첩장 링크는 반가운 초대장인가, 아니면 외면하고 싶은 청구서인가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