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배럴당 100달러 시대… 국제유가 끌어내리던 美 셰일 석유는 어디 갔나? [윤재준의 월드뷰]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4 04:50

수정 2026.03.14 04:50

미국 텍사스주 미드랜드 인근의 퍼미언 분지 유전의 원유 저장 시설과 원유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미드랜드 인근의 퍼미언 분지 유전의 원유 저장 시설과 원유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개시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등 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과 선박을 위협하면서 유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유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미국 1억7200만배럴을 비롯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억배럴이라는 역대 최대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2010년대 중반에 국제유가를 크게 끌어내렸던 미국 셰일석유가 현재 같은 유가 불안의 구원 투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 붐에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2015년 7월 배럴당 33.98달러까지 떨어졌으며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였던 2020년 4월에는 마이너스(-) 37.65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과거 미국 셰일 기업들은 유가가 오르면 즉각 시추기 가동을 늘려 유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셰일 석유붐이 한창일 무렵 다시는 유가 100달러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나왔다.

이번 이란 전쟁 발생 상황에서 미국 셰일 석유가 조용한 이유는 우선 생산성에 한계가 온 것이다.

텍사스주를 포함한 미국 남서부의 퍼미안 분지 등 ‘스위트 스폿(핵심 유전 지역)’이 이미 고갈 단계에 접어들어 높은 비용을 들여 깊게 파도 과거 같은 증산이 어렵다.

또 투자자들의 입김이 커졌다.

과거에는 개발업체들이 빚을 내서라도 팠지만 투자자들은 증산 대신 배당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업체에 비용 절감 압박과 함께 높은 수익을 원하고 있다.

개발업체들은 유가가 잠깐 올랐다고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전쟁이 끝나 유가가 폭락하면 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는데도 석유 업계는 즐거워하지 않고 있다.

지난 수년간 유가의 극심한 변동을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20년의 마이너스 유가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유가 급등을 지켜본 석유 업계는 단기적인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있다.

과거처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유가 상한제를 다시 실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지난 2월 열린 북미최대 탐사개발 박람회인 NAPE에서는 과거 유가가 높았을 때 시추 유망지 소유자들이 대접을 받던 것과 달리 구석으로 밀려났으며 대신 사모펀드와 은행 등 자본가들의 위상이 높아지며 시장의 주인이 됐음을 보여줬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유가 상승을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을 갖고 있다.

석유 서비스와 생산 업체들이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균형의 근본적인 변화, 배럴당 70~80달러대가 정착되는 유가 유지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때 세계 에너지 안보가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중립적이거나 친미적인 성향으로 돌아설 경우 수 세대 동안 세계 유가를 흔들었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까지 이란은 하루 500만~6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했으나 라이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현재 1일 생산 능력은 380만배럴이다.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은 1980년대에 8년 동안 진행된 이라크와의 전쟁과 핵개발 의심에 따른 오랜 제재로 국제 석유 시장 공급 차질의 원인을 제공했다.

지난 1987년에도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에 대한 미사일 공격과 기뢰 부설로 위협했다.

현재 이 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만약 이란으로 인한 고질적인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는 날 변동성 감소로 인해 세계 경제에 활기를 줄 수 있다.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와 이란이라는 우방을 잃게되고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저렴하게 구매하지 못하게 되면 지정학적 판도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미국은 중동의 군 자산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

미국은 1991년 1차 걸프전쟁 당시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군을 다국적군을 동원해 몰아냈으나 사담 후세인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고 제재와 비행금지구역 설정만 한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이라크가 중동 지역에 끼치는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수천명의 병사를 잃으면서 2003년 후세인을 체포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태세여서 앞으로 이란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나리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나리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EPA연합뉴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