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여기에 가축전염병 확산까지 겹치며 국내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이중 물가 충격'으로 서민 가계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유가는 100달러 돌파…韓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에도 여전히 1800원대 후반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했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강경 대응을 선언하면서 유가가 다시 급등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전장 대비 9.2% 상승했다.
국제 유가 상승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밀어 올리며 생활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가파른 유가 상승에 대응해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지난 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전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여전히 리터(L)당 1800원대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류비와 생산비를 동시에 끌어올려 식품과 공산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자극하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꼽힌다.
AI·ASF·구제역까지 밥상물가도 들썩…계란, 美 신선란 투입에도 한판 7000원 복귀
축산물 가격도 가축전염병 확산 영향으로 들썩이고 있다. 이번 동절기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까지 겹치면서 계란과 육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계란 특란 30개 평균 소비자가격은 7045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000원 올라 상승률이 16.6%에 달했다. 계란 가격이 7000원을 넘은 것은 약 한 달 반 만이다.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2024년 이후 2년여 만에 미국산 신선란 224만 개를 수입했지만 가격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는 AI 확산으로 살처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동절기 살처분된 산란계는 약 976만 마리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등 주요 축산물 가격도 상승세다. 서민 가계의 대표 소비 품목인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100g당 2611원(지난 13일 기준)으로 1년 전보다 3.3% 올랐다. 목심은 100g당 2435원으로 4.9%, 앞다릿살은 1519원으로 7.2% 각각 상승했다. 한우 1등급 안심은 100g당 1만3977원, 등심은 1만148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 3.1% 올랐다. 닭고기 역시 1kg당 6245원으로 7.6% 상승했다.
이 같은 축산물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가축전염병 확산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ASF 발생 건수는 22건으로, 2019년 국내 첫 발병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고병원성 AI 53건, 구제역 3건까지 발생하면서 주요 가축 전염병이 동시에 확산하는 상황이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대규모 살처분과 출하 지연이 이어지면서 돼지고기와 닭고기, 계란 등 축산물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이 서민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유가 상승이 운송비와 사료비, 전력비 등 생산 비용 전반을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연쇄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가축전염병이라는 이중 변수 속에서 당분간 장바구니 물가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돼지고기와 계란, 식용유, 통신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23개 품목을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으로 지정하고 상반기 집중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2일 민생물가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4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 집중점검 방안'을 논의했다.
대상 품목은 민생 핵심 먹거리 13개, 민생 핵심 서비스 5개, 민생 핵심 공산품 5개로 구성되며, 먹거리 분야에는 돼지고기와 계란, 고등어, 쌀, 콩, 마늘, 수입과일, 김, 식용유, 밀가루, 전분당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이들 품목을 상반기 집중 점검하며 물가 안정을 위해 관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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