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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버튼 어디 있어?" 교묘한 눈속임에 소비자 '홧병 날라' [소비의 정석]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5 15:41

수정 2026.03.15 15:41

fn·한국소비자원 공동기획
비싼 옵션 선택 등 유도하는 ‘잘못된 계층구조’
위반 시 최대 1000만원 과태료
해외에서는 약 1조5000억원 벌금 부과 사례도
다크패턴의 한 유형인 '잘못된 계층구조' 사례를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다크패턴의 한 유형인 '잘못된 계층구조' 사례를 생성형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던 A씨는 어느 날 기존 8000원이던 요금이 1만900원으로 오른다는 가격 인상 안내 팝업창을 마주했다. 인상된 요금이 과도하다고 생각한 A씨는 구독을 취소하려 했으나 화면에는 '가격 변동 동의'와 '7일 동안 팝업 보지 않기'라는 두 가지 옵션만 표시돼 있었다. 결국 A씨는 팝업창을 닫은 뒤 회원 탈퇴 메뉴를 따로 찾아야 했다.
#. B씨는 휴대폰으로 편하게 음악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유명 글로벌 음원 플랫폼에 접속했다. 우선 한 달만 이용해보고 싶었지만 유료 구독 신청 페이지에는 연간구독권만 크게 표시돼 있었다.

자세히 보니 월 구독 신청 상품은 따로 연결되는 링크를 클릭해야 했는데 이마저도 작게 표시돼 있었다.


15일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시장감시팀에 따르면 이 같은 사례는 다크패턴(눈속임 설계)의 한 유형인 '잘못된 계층구조'에 해당한다. 다크패턴은 온라인 화면 설계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교묘하게 유도하거나 방해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의도하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만들 수 있다.

잘못된 계층구조는 소비자가 선택해야 할 옵션 사이에 시각적 차이를 두어 특정 선택을 더 눈에 띄게 만들거나 필수 선택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동의나 구매 버튼을 화면 중앙에 크게 배치하고 선명한 색을 사용하는 반면, 취소나 다른 선택지는 작은 글씨나 흐린 색으로 표시해 찾기 어렵게 만드는 식이다.

해외에서는 잘못된 계층구조 사례에 대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2023년 아마존이 소비자들을 동의 없이 프라임 구독에 가입시키고, 구독 취소 절차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5년 아마존은 민사벌금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납부하고 소비자들에게 15억달러(약 2조2500억원)를 환불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한 바 있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법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다크패턴을 금지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상품 구매나 회원가입, 계약 체결 또는 취소·탈퇴 과정에서 제시되는 선택항목 사이에 크기·색상 등 시각적으로 현저한 차이를 두어 특정 항목만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단순한 광고나 정보 제공 등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항목이 아닌 경우는 규율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업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오는 7월 21일부터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온라인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버튼 위치나 색상 등 디자인 요소가 특정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며 "상품 구매나 서비스 가입 시 각 선택항목을 꼼꼼히 확인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