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50km는 생존 필수 조건… 마이애미서 절감한 '구속 혁명'의 냉혹한 벽
류현진 떠난 마운드, 해답은 160km 우완 문동주·150km 좌완 이의리뿐
최고 156km 쾅! 야수 실책마저 윽박지른 문동주의 '무결점 38구'
4이닝 46구 '무사사구' 삭제… 제구 불안 씻어낸 이의리의 완벽한 진화
류현진 떠난 마운드, 해답은 160km 우완 문동주·150km 좌완 이의리뿐
최고 156km 쾅! 야수 실책마저 윽박지른 문동주의 '무결점 38구'
4이닝 46구 '무사사구' 삭제… 제구 불안 씻어낸 이의리의 완벽한 진화
[파이낸셜뉴스] 바야흐로 구속 혁명의 시대다. 15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는 이제 국제 무대에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17년 만의 8강 여정을 멈춰 세운 도미니카공화국과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은 세계 야구의 압도적인 구속 혁명을 뼈저리게 확인한 현장이었다.
한국 타선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선발 크리스토페르 산체스의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3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쳐내지 못했고, 제대로 정타를 맞춘 타구조차 두 개 남짓에 불과했다.
두 번째로 마운드에 오른 알베르트 아브레이유 역시 158km의 불같은 포심을 꽂아 넣었다. 비단 세계 무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시아의 맹주를 다투는 숙적들의 마운드도 이미 강속구로 무장했다.
일본의 기쿠치 유세이, 이토 히로미, 다에니치, 마쓰모토, 다이세이 등 한국이 만난 모든 투수가 150km 이상의 포심에 종으로 떨어지는 예리한 변화구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 결과 한국은 일본전에서 무려 15개의 삼진을 헌납해야 했다. 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구린뤼양, 왕웨이중 등 주축 투수들 모두 150km가 넘는 빠른 공에 정교한 제구력까지 과시했다.
이제 국제 무대에서 '구속이냐, 제구냐'를 따지는 케케묵은 논쟁은 의미를 잃었다. 두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냉혹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18년간 마운드를 지탱해 온 '영원한 에이스' 류현진마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한국 야구는 류현진의 거대한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영웅을 발굴해야만 한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그 해답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발 투수 후보감은 단연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이의리(KIA 타이거즈)다. 두 선수는 한국 야구가 보유한 가장 공이 빠른 우완, 좌완 선발 투수라는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다.
문동주는 최고 시속 160km를 던질 수 있으면서도 제구까지 갖춘, 한국 야구에서 극히 드문 희소성을 지닌 우완 에이스다. 특히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대만의 에이스 린위민을 상대로 인생투를 펼치며 한국의 대회 4연패를 이끌어낸 값진 경험을 품고 있다.
이번 WBC 직전, 불의의 부상으로 문동주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것이 대회 내내 뼈아픈 아쉬움으로 남았던 이유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털어내듯 문동주는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경이로운 구위를 뽐냈다.
15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을 피안타와 사사구 없이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최고 구속은 단숨에 156km까지 치솟았고, 야수 실책으로 두 차례 출루를 허용하는 변수 속에서도 단 38개의 공으로 이닝을 지워내며 에이스의 품격을 증명했다.
좌완 선발 이의리의 존재감 역시 묵직하다. 이의리는 지난 APBC에서 일본의 NPB 올스타를 상대로해서 6이닝 2실점으로 QS를 기록했다. 당시 이번 WBC 대표팀에도 선발된 스미다와의 투수전은 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에 생생히 새겨져 있다.
비록 과거 제구의 기복을 보이며 투구 수가 늘어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어쨌든 현재 대한민국 마운드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좌완 선발 투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의리 역시 같은 날 마운드에 올라 완벽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기대감을 키웠다. 15일 KT 위즈와의 시범경기에서 4이닝 동안 단 46개의 공만 던지며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그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제구 불안을 비웃듯, 투구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며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해 수술을 받고 돌아와 구속에 정교한 코너워크까지 장착하며 올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WBC는 한국 야구에 명확한 숙제를 던졌다.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며 제구까지 갖춘 좌우완 에이스의 존재 없이는 결코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잔인한 진리다.
류현진이 떠난 빈자리, 한국 야구의 내일을 밝히기 위해서는 구속 혁명의 선두 주자인 문동주와 이의리가 반드시 그 잠재력을 만개해야만 한다.
마이애미의 쓰라린 패배를 딛고 일어설 한국 야구의 미래는, 보란 듯이 156km의 강속구와 무사사구 쾌투를 던지며 건강하게 돌아온 이 두 젊은 투수의 어깨에 달려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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