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이 소송 개입해 특허 보호
글로벌 점유율 높은 韓기업 위협
민관 차원 대응체계 마련 시급
미국 내 특허권 보호 정책이 특허권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K반도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친특허권자 기조가 이른바 '특허괴물(NPE)'의 소송 활동을 부추기면서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투자에 집중해야 할 자원을 소송 대응에 소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점유율 높은 韓기업 위협
민관 차원 대응체계 마련 시급
15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된 특허 보호 기조는 최근 미국 특허상표청(USPTO)과 법무부 등 연방행정기관의 소송 개입으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 특허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특허무효심판(IPR) 제도는 최근 USPTO의 재량 거절이 크게 늘면서 방어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임 특허청장 취임 이후 IPR 개시 거절율은 기존 약 30% 수준에서 90% 수준까지 치솟았다.
NPE들은 글로벌 점유율이 높은 한국 반도체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허관리법인 넷리스트와의 분쟁에서 두 차례에 걸쳐 총 4억2115만 달러(약 6300억원)의 배심원 평결을 받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어드밴스드 메모리 테크놀로지(AMT)와 모노리식 3D 등으로부터 미국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미국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잭 켐프 재단의 아이크 브래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타임즈 기고에서 "미국의 현행 제도는 특허 발급 기준이 지나치게 낮고 애초 부여돼선 안 될 특허까지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다"며 "IPR 제도의 약화는 실제 제조업체보다 특허괴물과 이들을 지원하는 소송 자금 제공자들에게 더 큰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래넌은 또 "반도체 공장과 첨단 소재 생산시설 등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은 이런 프로젝트를 평가할 때 소송 위험과 지식재산권의 안정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고 전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과 글로벌 특허 방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법적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특허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체계를 민관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