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까지 사법부 상당한 부담
법원 확정판결의 헌법 위반 여부를 다툴 수 있는 재판소원제가 시행된 지 이틀 만에 수십 건의 사건이 접수되면서 제도 도입의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 확정 판결의 효력은 유지되지만 헌법재판소가 재판을 취소할 가능성도 열려 있어 패소 당사자들의 불복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판사·검사의 법 적용이 왜곡됐을 경우 처벌하는 '법왜곡죄'까지 시행되면서 사법부 전반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제가 시행된 지난 12일부터 다음 날까지 이틀간 총 36건의 재판소원 사건을 접수했다. 제도 시행 직후 언론 보도와 관심이 이어지면서 사건 접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접수된 사건 유형도 다양하다. 1호 사건은 시리아 난민이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사건으로, 가족과 분리된 채 위험한 제3국으로 추방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취지다. 2호 사건은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유족이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으로, 패소 판결의 헌법 위반 여부를 다시 판단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유튜버 쯔양 협박 사건으로 징역형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 측이 재판소원 청구 방침을 밝혔고,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으나 억울함을 주장하는 피고인도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법조계에서는 민·형사뿐 아니라 가사·행정소송 등에서도 재판소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재판소원 증가로 확정 판결의 효력을 둘러싼 혼란도 예상된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제기되더라도 확정판결의 효력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효력정지 가처분 절차가 있어 사건에 따라 판결 효력이 멈출 가능성도 있다. 재판소원이 본안에서 인용돼 기존 재판이 취소될 경우, 확정 판결을 전제로 발생한 법적 효과를 둘러싼 추가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판소원 제기 의사를 밝히면서 보궐선거 진행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령 재판소원으로 양 의원이 의원직을 회복할 경우 보궐선거로 뽑힌 의원과 중복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당분간 '헌법적 쟁점'이 뚜렷한 사건을 중심으로 선별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재판이 기존 헌재 결정에 반하는지, 적법 절차 위반 여부, 구체적 기본권 침해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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