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사각지대 파고드는 '벌떼 드론'… 0.1초 만에 걸러내는 AI '청각 방공망'
-보이지 않는 침투와의 전쟁, '눈'이 아닌 '귀' 현대전의 판도 바꾸는 음향 지문"
-저고도·기만 전술에 맞선 '수동형 감시 체계'의 부활… 전장의 소음 정보' 탐지
■소음 속 ‘음향 지문’ 식별하는 기술
국방 기술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실전 배치를 앞둔 핵심 기술은 전장의 복잡한 소음 속에서도 특정 비행체의 고유한 ‘음향 지문(Acoustic Signature)’을 추출해내는 데 집중되어 있다.
국방과학연구 분야의 한 관계자는 “드론의 모터와 프로펠러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주파수는 모델별로 고유한 패턴을 가진다”며, “최신 알고리즘은 바람 소리나 포성 같은 화이트 노이즈를 실시간으로 제거하고, 0.1초 단위의 미세한 주파수 변동을 추적해 표적을 식별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기술은 기존 레이더가 탐지하기 어려운 산악 지형이나 도심 빌딩 숲 사이로 침투하는 저고도 표적에 대해 탁월한 감시 능력을 발휘한다. 음향 센서는 가시선(Line of Sight) 확보가 필수적인 광학 장비와 달리, 소리의 회절 현상을 이용해 장애물 너머의 위협까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벌떼 공격’실제 사례의 교훈
실제 중동 현지에서의 양상은 더욱 치열하다. 최근 이란 측이 구사하는 ‘벌떼(Swarm) 공격’은 수십 대의 드론을 시차를 두고 투입해 방공망을 과부하 상태로 만드는 전략을 취한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 소속의 작전 장교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물체를 포착하는 것을 넘어, 이것이 공격용 드론인지 아니면 민간용 기체인지 신속히 분류하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년 말 발생한 미군 기지 공격 사례에서는 레이더가 다수의 미확인 물체를 포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만용 드론과 실제 폭탄을 실은 기체를 구분하지 못해 방어 기회를 놓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때 AI 음향 식별 시스템이 가동되었다면, 각 기체의 주파수 패턴을 분석해 실제 위협이 되는 살상용 무인기만을 정밀 타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샤헤드의 잔디깎이 소리, AI의 표적
이란의 주력 기종인 ‘샤헤드(Shahed)-136’은 그 특유의 엔진 소음 때문에 전장에서 ‘잔디깎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하지만 인간의 귀에 단순히 시끄러운 소음일 뿐인 이 소리는 AI 기반 센서에게는 명확한 ‘주소록’과 같다. 군사 기술 전문가들은 “샤헤드 시리즈는 저가형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파수 대역이 매우 일정하고 독특하다”며, “이 데이터를 사전에 학습한 AI는 수 킬로미터 밖에서부터 해당 기체의 접근을 경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방공 전문가들은 이러한 음향 감시 네트워크를 기존의 다층 방어 체계와 결합함으로써, 드론이 자폭하기 전 가용한 요격 수단을 결정하는 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탐지를 넘어 전장의 반응 속도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 변화다.
■미래 전장의 생존 공식, ‘듣는 군대’
중동 전쟁의 양상은 이제 더 크고 강한 무기보다, 더 영리하고 예민한 감시 체계가 승패를 결정 짓는 시대임을 증명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적을 소리로 찾아내는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력이다. 전 세계 군사 강국들이 ‘침묵의 소리’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적 한계로 지적되었던 기상 악화 시의 음향 왜곡 문제만 해결된다면, AI의 ‘귀’는 미래 전장에서 가장 날카로운 창이자 방패가 될 전망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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