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I와 출혈 고려해 '항혈소판' 치료 강도 정밀 조절
[파이낸셜뉴스]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심장 중재시술 이후 항혈소판제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체질량지수(BMI)를 고려해 약물 강도를 조절하면 허혈 사건은 유지하면서도 출혈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교신저자)와 의정부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부성현 교수(제1저자) 연구팀은 BMI 28 미만 급성심근경색 환자에서 항혈소판제 강도를 낮추는 전략이 출혈 위험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치료 효과는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환자는 관상동맥중재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다시 열어준 뒤 혈관이 재차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장기간 복용하게 된다.
다만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약물 특성상 강도가 높은 항혈소판제는 출혈 위험을 동반한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2021년 국제학술지 Lancet에 발표된 TALOS-AMI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32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급성심근경색 환자 2686명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들은 관상동맥중재술 이후 초기 1개월 동안 아스피린과 함께 고강도 항혈소판제인 티카그렐러 병용요법을 받았다. 이후 안정기에 접어든 환자들을 무작위로 나눠 기존 티카그렐러를 유지하는 군과 상대적으로 저강도 약제인 클로피도그렐로 변경하는 군으로 구분해 11개월 동안 추가 치료를 진행했다.
12개월 시점에서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및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출혈 사건을 포함한 복합 사건 발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BMI가 28 미만인 비만하지 않은 환자에서 항혈소판제를 ‘티카그렐러에서 클로피도그렐로 감량’하는 전략이 안전성 측면에서 뚜렷한 이점을 보였다.
약제를 감량한 환자군에서는 출혈 사건이 기존 약제를 유지한 군보다 약 53% 감소했고, 심혈관 사망·심근경색·뇌졸중·출혈을 포함한 주요 복합 사건 발생률도 약 46% 낮게 나타났다.
반면 혈관이 다시 막히는 허혈 사건 발생률은 두 군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치료 효과는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티카그렐러의 강력한 항혈소판 작용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티카그렐러는 혈소판에 직접 작용해 빠르고 강력하게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약물로 급성 심근경색 치료의 표준 약제로 사용돼 왔지만 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장기 복용에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의정부성모병원 부성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관상동맥중재술 이후 나타나는 ‘비만 역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다”며 “지금까지는 BMI가 높은 환자의 예후가 더 좋다는 현상 자체에 주목했지만 실제로는 BMI가 낮은 환자에서 상대적으로 출혈 취약성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만이 보호적이라는 단순한 해석보다는 환자의 BMI와 출혈 위험을 고려해 항혈소판 치료 강도를 보다 정밀하게 조절하는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주도한 서울성모병원 장기육 교수는 “그동안 동아시아 환자에서 허혈 사건은 낮고 출혈 위험은 높은 ‘동아시아 역설’을 인종 차이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연구는 인종보다는 BMI 차이에 따른 출혈 위험으로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대부분의 이중 항혈소판제 연구가 체질량지수가 높은 서양인을 중심으로 진행된 만큼 국내 환자 치료 전략을 수립할 때는 BMI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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