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오빠들 공연 보러 왔다가 날벼락" 소공동 캡슐호텔 화재가 남긴 숙제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6 14:48

수정 2026.03.16 14:48

외국인 10명 부상...日 여성 여전히 의식 불명
BTS 공연 일주일 앞두고 숙박시설 안전관리 비상
'벌집' 구조…대피 어려워 "안전 대책 마련해야"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캡슐호텔. 지난 14일 오후 6시10분께 이곳에서 불이 나 외국인 10명이 다쳤다. 사진=서지윤 기자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캡슐호텔. 지난 14일 오후 6시10분께 이곳에서 불이 나 외국인 10명이 다쳤다. 사진=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캡슐호텔에서 불이 나 외국인 관광객 등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을 입은 외국인 3명 중 일본 국적 50대 여성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21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는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으로 외국인 방문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숙박시설 안전 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1880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375건 △2022년 382건 △2023년 377건 △2024년 351건 △2025년 395건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2021년 7명 △2022년 2명 △2023년 3명 △2024년 16명 △2025년 19명으로 나타났다.

불이 난 캡슐호텔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과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고 가격이 1박에 3~6만원대로 저렴해 숙박 비용을 아끼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캡슐호텔은 방 대신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침대가 벌집처럼 2층 구조로 여러 개 붙어있다. 이곳의 반경 2㎞ 내에는 캡슐호텔 형태의 숙박업소가 다섯 곳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하루 앞둔 오는 20일은 대부분 숙박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일부 투숙객들은 아직도 짐을 찾지 못하고 화재 현장을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마지막 완전체 공연을 보고자 한국을 방문했던 일본인 관광객 레이씨(24)는 5시에 체크인을 하고 밖에 나갔을 때 불이 나 다행히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른 호텔에 사비로 머무르며 비용이 2배로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오늘 출국을 앞두고 혹시나 짐을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왔는데 아직 받아 갈 수 없다고 들었다"면서 "숙박비 환불과 관련해서도 이메일로 담당자와 소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불이 난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았던 탓에 피해가 한층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8년 6층 이상 건물의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으나 이 건물은 규정 시행 이전에 지어져 의무 설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 밀집해 머무를 수밖에 없는 탓에 통행이 어려워 구조적으로 대피가 어려웠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화재 현장에서 1㎞ 정도 떨어진 캡슐호텔에 투숙한 호주인 관광객 토머시씨(28)는 "짐을 넣을 수 있는 락커룸이 있었으나 배낭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은 탓에 캐리어가 로비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며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출구는 어디인지 안내받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전문가들은 캡슐호텔의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실질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어려운 환경이면 일종의 스프링클러 역할을 하는 '자동확산 소화기'를 설치하고 캡슐호텔의 매트리스나 이불을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소재로 교체해 화재 초기 화재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화재 시 제대로 대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염 교수는 "노후화된 숙박시설의 비상 탈출로가 잘 확보돼 있는지, 불법 개조 사항은 없는지 등을 관계 당국이 철저히 감독하고 단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