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함을 보내지 않을 경우 곧 진행될 대미 안보·통상 협상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관세와 안보 불이익이 가장 우려되고 있다. 주한미군은 이미 고고도미사일 '사드' 등 주요 한반도 내 국방자산을 중동으로 뺀 상황이다.
게다가 야당에서 국회 동의를 요구하면서 이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군함 파병을 결정하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16일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국회 논의와 헌법이 정한 국회의 동의 절차를 준수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가장 큰 딜레마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한미간의 안보·통상을 묶는 조인트팩트시트(한미정상간 합의내용) 후속 협상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미국 대표단이 갑자기 터진 이란전쟁 여파로 이달초 방한을 취소했지만, 우리 정부가 협상을 꾸려서 미국에 먼저 가겠다고 통보했다. 외교부와 관련부처들은 협상단을 꾸려서 조만간 방미할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위한 군함 파병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안보와 통상을 묶는 패키지 협상에 돌입할 경우 불이익이 불가피한 셈이다. 일본은 호르무즈해협에 자위대 파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일각에서 전해지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안보와 통상 문제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오는 18일부터 총 4일간의 일정으로 방미길에 오른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위대 파병을 정식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주내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을 추진중이다. 이 자리에서 중국 군함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란과 우호관계를 맺어온 데다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중간의 군사협력이 이뤄진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사례를 들어 국회 동의 없이 신속한 청해부대 파견을 결정할 지도 관심사다. 해외 파병을 위해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국회에 이미 제출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정부는 이같은 문구를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 1기때 호르무즈 해협에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를 투입했다. 지난 2021년 1월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선박을 나포하자 최영함이 호르무즈 해협에 급파됐다.
최근 이란 호르무즈 봉쇄로 한국 선박 20여척이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우리 선박 선원들에게 보급품 전달을 위해 인근 해역 국가들에게 지원을 요청해왔다.
현재 호르무 즈해협 주변에 한국군은 상주 주둔하지 않고 있다. 청해부대는 해군 구축함 1척, 병력 약 300명으로 인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이다. 청해부대는 아덴만 해적 퇴치와 선박 보호를 주 임무로 해왔다. 호르무즈 해협까지 3~4일 거리로 급파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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