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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3개월 뒤 물가 전반 급등…'오일쇼크' 재현 가능성은?

뉴시스

입력 2026.03.16 15:10

수정 2026.03.16 15:10

중동사태 장기화 우려에 외환·금융·에너지 시장 요동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국제유가는 100달러 넘어 약 3개월 뒤 식료품·공산품 등 물가 전반 급등 가능성 호르무즈해협 봉쇄 한달 넘게 지속되면 성장에도 타격
[두바이=AP/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를 출항한 화물선이 15일 호르무즈 해협으로 접근하고 있다. 2026.03.15
[두바이=AP/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를 출항한 화물선이 15일 호르무즈 해협으로 접근하고 있다. 2026.03.15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중동전쟁 여파로 유가와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약 3개월 뒤에는 전반적인 물가가 급등하고 경기가 위축되는 등 실물 경제에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대 국제유가 지표는 모두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오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오후 현재는 상승폭을 반납해 90달러 후반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03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우리 경제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4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을 돌파했다. 장 시작 후 전장보다 7.3원 오른 1501.0원으로 출발한 뒤 현재 1490원대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원·환율이 장중 1500원을 넘은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24일 144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중동 사태 발발 이후 50원 이상 급등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심 석유수출 기지인 하르그섬의 군사시설을 공습하면서 중동전쟁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함에 따라 우리 경제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게 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상당하다.

중동 사태는 물가 경로를 통해 먼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 생산자물가가 차례로 오르면서 약 3개월 후에는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수준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자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연초 3% 중반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그해 6월 6%대로 급등했다. 석유류(39.6%) 가격이 수직상승했을 뿐 아니라 농축수산물(4.8%), 가공식품(7.9%), 외식(10.4%) 등 먹거리 가격도 함께 뛰었다. 또 전기료(11.0%), 도시가스(11.0%), 국제항공료(21.4%) 등도 크게 올랐다.

이번에는 유가 뿐만 아니라 환율도 크게 뛴 상황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수입물가와 기업의 생산비용, 물류비용 등이 전반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같은 경제 충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동사태 발발 후 국채 금리는 0.2~0.3%p 가량 상승했는데, 물가 상승에 대한 전망이 채권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는 "유가상승은 굉장히 치명적"이라며 "주유비 상승은 빙산의 일각이다. 원유 공급에 차질이 있게 되면 식료품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전력난도 생길 수 있다. 경제 전체에 마비가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유가가 75% 가량 상승했는데도 41년 만에 고물가 현상이 나왔다. 2026년에는 (유가가)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서 시작해서 그것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단정 지을수는 없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중동발 물가 충격은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에도 부정적인 미칠 수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성장 경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통 물가와 경기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오일쇼크와 같은 심각한 공급 충격 상황에서는 기업의 생산비용 상승으로 물가는 올라가고, 소비와 투자 여력은 위축되면서 경기도 침체되는 '스테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내수도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본격적으로 성장률이 반등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경우 2% 성장 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경제 현상이어서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는 볼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이 얼마나 장기간 지속되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과 경제 연구 기관들은 중동 사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미-이란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1개월 내에 끝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는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4%p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0.1%p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개월간 지속되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오르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물가상승률이 1.1%p 상승하고 성장률은 0.3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고 유가가 150달러 선까지 오르는 '오일 쇼크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0.8%p 급락하고 물가상승률은 2.9%p 급등할 것으로 관측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상황이 한 달 안에 끝난다면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갈 가능성은 없지만,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아직 경기 회복세가 공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이 내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기가 상당히 침체돼 있는 만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2022년에는 물가가 오를 때 금리를 높여 대응했는데 이제 금리를 높이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정책 수단도 상당히 제약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 주말인 지난 15일 대구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2026.03.15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첫 주말인 지난 15일 대구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판매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2026.03.15 lm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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