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 매일 오후 6시면 어김없이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보통 저녁 8시면 끝나지만 늦으면 밤 9시까지 이어지는 날도 있다. 윗집에 사는 A씨가 이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5년 전으로, 범인은 아랫집 초등학생들이었다. 처음에는 견딜 만했지만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소리도 점점 커졌고, A씨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결국 A씨는 밤마다 거실과 안방을 뒷꿈치로 세게 찍으며 걸어 다니며 의도적으로 ‘발망치’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뒤 누리꾼의 공감을 모은 ‘발망치’ 사연이다. 누리꾼들은 “층간소음을 당해보면 이해된다”, “발망치 정도면 신사적인 대응이다”, “매일 겪는 사람에게는 지옥 같은 일”이라며 A씨에게 공감했다.
이 사연이 화제가 된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층간소음이 얼마나 깊은 갈등을 낳고 있는지, 그리고 그 분노가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문제는 이미 개인 간 갈등의 수준을 넘어섰다.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가 2024년 발간한 층간소음 범죄의 실태 및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최근 10년 동안 층간소음을 빌미로 발생한 강력·폭력 범죄는 총 73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10%는 살인 등 강력범죄였고, 약 40%는 흉기를 동반한 사건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가던 30대 B씨는 같은 아파트 위층에 살던 40대 부부와 9년 동안 이웃으로 지냈으나, 층간소음을 이유로 이들 부부를 살해하고 말리던 60대 부모에게 중상을 입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비극은 여수 사건만이 아니다. 2024년 1월에는 경남 사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피해를 주장하던 윗집 남성이 아랫집 50대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2025년 4월에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21층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갈등이 발단이 된 방화 사건도 벌어졌다. 이처럼 층간소음 갈등이 살인, 방화, 폭행 등 강력범죄로 번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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