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서 신입 레벨의 기초직군 일을 대체한다. 과거에는 회계사, 변호사, 개발자 등에서 신입 인력이 기초업무를 맡으며 실무를 배웠다. 회계의 자료 검토, 법률의 판례 조사, 단순 코딩과 같은 일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일이었지만 젊은 인력이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업무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면서 신입 인력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첫 단계의 일'이 줄어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이 높아지지만 젊은 인재가 전문가로 성장하는 사다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꾼다. 과거에 중요했던 '지식의 전수'는 그 중요성이 점차 줄어든다. 지식은 더 이상 희소한 자원이 아니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통해 필요한 정보와 지식은 누구나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다. 부족한 것은 지식 자체보다는 그 지식을 실제 문제와 연결해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이다. 초보자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식을 실무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현장의 경험을 통해 축적해야 한다. 경험의 기회는 줄어들고 있지만 그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딜레마다.
교육정책의 방향도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수정될 필요가 있다. 인재 정책의 중심도 '지식 전달을 통한 인재 양성'에서 '경험 기회의 제공'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얼마나 많은 인재를 교육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젊은이에게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 집단과 젊은 인재를 연결해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많은 젊은이들이 진입 기회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도 청년 인턴, 업무경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현장 경험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 인턴이나 기업 연계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젊은 인재에게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시도도 계속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아직 규모나 지속성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시적 프로그램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전문직이나 첨단산업 분야에서 실제 경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도 제한적이다. 젊은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경험을 쌓으며 성장할 사회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지고 있는 것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젊은 세대가 성장할 수 있는 '첫 경험의 기회'다. 사회가 이러한 진입 사다리를 다시 세우지 못한다면 미래의 전문가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진입 사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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