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헌법 수록·계엄 요건 강화·지방자치 거론
부마항쟁 함께 넣자 제안…검찰개혁·정무위 공전도 질타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국무회의에서 헌법 개정 논의를 직접 꺼내며 정부 차원의 공식 검토를 주문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합의 가능한 의제부터의 단계적 개헌'에 공감하면서 국회 논의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도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개헌 이슈가 대통령이 공개 회의에서 정부 검토를 지시한 만큼 정국의 새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장께서 합의되는 것, 국민이 동의하는 쉬운 의제부터 순차적으로 개헌을 하자고 말씀하지 않았느냐"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좀 진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개헌에 대한 공식 검토를 하고 공적인 입장도 정리해 가면 좋겠다"며 법제처와 국무조정실의 검토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이 우선 거론한 의제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지방자치 강화, 계엄 요건 강화다. 그는 "5·18 정신을 헌법 조문에 넣는 것은 야당도 맨날 하던 얘기"라며 "국민들께서도 반대하지 않으실 것 같고 지방자치 강화나 계엄 요건 강화도 다 국민들이 동의하고 야당도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 간 충돌이 큰 권력구조 개편부터 밀어붙이기보다 공감대가 넓은 항목부터 손보는 쪽에 무게를 둔 것이다.
부마항쟁 정신을 함께 반영하자는 구상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야당에서 5·18 정신을 헌법 조문에 넣으면서 부마항쟁도 넣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것도 한꺼번에 같이 하면 형평성도 맞고 논란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단계적, 점진적 개헌도 하나의 사례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영호남을 모두 챙기며 지역 간 형평 논란을 미리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우리가 주도해서 지금 할 단계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은 하자"고 했다. 그동안 청와대 안팎에선 그간 개헌이 국정 블랙홀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번 발언은 반대 명분이 약한 사안부터 꺼내며 논의의 폭을 좁혀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 출범 당시 국정과제 1호에 개헌이 담겼던 만큼 국회의장 제안을 계기로 다시 불씨를 살린 셈이다.
국무회의에선 다른 정치 현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추진 과정과 관련해 "핵심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라면서도 당정과 부처 간 소통 부족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갈등 의제일수록 진지하게 토론해야 하고 그 이전 단계에도 진짜 소통이 돼야 한다"며 "바쁘다고 억압하거나 제안만 해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의 입법 지연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상법,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 등 경제 입법이 묶여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야당이 위원장이라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있나. 나라의 미래를 놓고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가서 읍소를 하시든지 회의 좀 열어달라고 하라"고 금융당국을 질책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선 세종 개최를 계기로 지방 우대 지수 도입과 재정·금융·예비타당성 조사 제도 개편 등 지방 주도 성장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제도화를 주문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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