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韓 조선·해운 구조적 위기… 애국심만으론 회사 못 지킨다"[2026 fn조선해양포럼]

김동호 기자,

권병석 기자,

강구귀 기자,

변옥환 기자,

백창훈 기자,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7 18:17

수정 2026.03.17 18:36

강연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中조선 정부 지원으로 글로벌 성장
산업 경쟁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
특별법 제정·경제안보기금 등 절실
"韓 조선·해운 구조적 위기… 애국심만으론 회사 못 지킨다"[2026 fn조선해양포럼]
"2024년 국내 중견 해운사가 벌크선 5척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다. 척당 3000만달러로 한국보다 약 1000만달러 싸다. '애국심만으로는 회사를 지킬 수 없다'는 해운사의 호소는 지금 우리 조선·해운업이 처한 구조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이 파이낸셜뉴스와 부산파이낸셜뉴스가 17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개최한 '2026 fn조선해양포럼'에서 "우리 조선 및 해운업은 단순한 산업적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두 산업의 통합 전략산업화를 강력히 촉구하며 한 말이다.

■中, 보조금 180조원으로 압도적 부상

양 부회장이 제시한 데이터는 냉혹했다.

1999년 5%에 불과했던 중국의 글로벌 조선시장 점유율은 2023년 50%를 돌파하며 전 세계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2023년 기준 벌크선 68%, 컨테이너선 62%로 기초선종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그는 "중국은 상하이, 다롄, 광저우 등지에 초대형 조선소를 집중 배치해 연간 2000만CGT(표준환산톤) 이상의 건조능력을 확보했다"며 "한국 1400만CGT, 일본 500만CGT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파격적 지원이 있었다. 2015년부터 2022년 사이에 투입된 직간접 보조금만 최소 1320억달러로 약 180조원에 달한다. 토지 무상제공, 저리융자, 수출 보조금, 세제혜택 등이 다층적으로 투입됐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지원예산을 합친 것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조선·해운 투자를 방치한 결과 글로벌 선박 건조능력이 1970년대 17%에서 현재 약 0.1%로 붕괴됐다. 2023년 기준 중국이 약 2300만t을 건조할 때 미국은 단 7척, 10만t 미만에 그쳤다. 양 부회장은 "설계인력과 숙련공 등 인프라 자체가 통째로 사라진 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200억달러 규모의 조선재건신탁기금을 조성하고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 우리 기업과의 합작투자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韓, 기초선종 시장 "사실상 소멸"

2024년 벌크선 수주 실적에서 중국이 936척, 일본이 352척을 가져갈 때 한국은 단 1척에 불과했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건조가격은 중국 6000만달러 대비 한국 7800만달러로 약 30%의 격차가 벌어져 있다.

양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만 치중한 나머지 기초선종인 중소형 및 벌크선 시장이 붕괴됐다"며 "중국과의 30%에 달하는 건조가격 차이가 우리 해운사와 조선소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히 조선소만의 위기가 아니다. 중소형 선박 건조가 사라지면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의 기자재 산업 수주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2020년 부산지역 조선해양 기자재 업체 수주물량이 전년 대비 최대 70% 감소했고, 2023년 부울경 조선소의 1~10월 누적 수주량은 전년 대비 41% 줄었다. 지난해 중형조선소의 수주량은 전년 대비 72%, 수주액은 80% 감소했다.


그는 "만약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선박이 없다면 에너지와 식량 수급은 불가능해진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곡물 수출중단으로 글로벌 식량위기가 발생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이에 '조선·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 제정, 중국과의 선가 차이를 보전하는 '경제안보기금' 조성, 기자재 국산화와 인력 양성을 통한 해사 생태계 복원을 주문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권병석 강구귀 변옥환 백창훈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