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AI 신약' 동맹 키우는 빅파마… 공동 R&D 계약 130조 달해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7 18:20

수정 2026.03.17 18:19

R&D협력건 줄었지만 금액↑
AI 핵심 기술에 '선택과 집중'
일라이 릴리, 엔비디아 손잡고
AI신약硏 설립 10억달러 투입
한미약품 등 국내도 협업 활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 연구 개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과거 공동 연구개발(R&D)이 단일 약물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투자 금액을 늘려서라도 AI 신약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17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간 공동 R&D 계약 규모는 49% 증가한 867억달러(약 130조원)였다. R&D 협력 계약 건수는 2024년 대비 8% 줄어 5년 만에 최저치였는데, 총 가치는 50%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평균 계약 규모 역시 약 11억6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로 47% 늘었다.



이는 빅파마가 공동 R&D 건수는 줄이되 AI 등 핵심 기술에 대한 투자는 확대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AI 기반 제약 R&D 분야에서 역대 최고 수준 계약금이 오간 협력도 맺어졌다.

중국 AI 신약 개발 기업 크리스탈파이(Xtalpi)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도브트리 메디신스와 약 60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8조2000억원) 규모의 AI 기반 신약 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100만달러(약 700억원)를 수령했다.

머크도 미국 바이오 기업 발로헬스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도입하는 30억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AI 플랫폼으로 파킨슨병 치료제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이큐비아는 올해도 글로벌 빅파마가 AI 신약 플랫폼에 대한 R&D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후보물질 발굴, 임상 시험 최적화, 생산 관리 등 신약 개발 전 주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대형 제약사도 AI를 자체 연구하기보다는 AI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일라이 릴리는 엔비디아와 향후 5년간 최대 10억달러를 공동 투자해 AI 신약 개발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엔비디아의 '바이오 네모'를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AI를 축으로 한 오픈이노베이션이 빠르게 늘고 있다. AI를 내재화하기 보단 검증된 플랫폼 보유사와 손잡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AI 신약개발 기업 스탠다임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신약개발 '초기 연구단계'에서 AI 활용을 본격화했으며, 협력으로 도출된 후보물질은 한미약품 주도의 임상·생산·허가 등 상업화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온코크로스의 AI 플랫폼을 적용해 개발 중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 등의 적응증을 비만·대사질환, 심장·신장질환 등으로 확장했다.

JW중외제약은 온코크로스 '랩터 AI'를 활용해 항암·재생의학 분야 퍼스트인클래스 신약의 신규 타깃 질환을 탐색하는 등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AI 신약설계 기업 갤럭스와 항암신약 공동연구를 맺고 갤럭스가 선도물질을 설계하고, LG화학이 최적화비임상글로벌 임상 개발을 맡는 역할 분담 모델을 제시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