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각한 부채로 달러화 가치에 대한 의문 속에 금 등을 법정 통화에 포함시키려 하거나 금을 사들이는 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가 캐스퍼 외곽지대의 구 신문사 사옥에 약 1160만달러어치의 금을 보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와이오밍주는 지난해 12월 주 정부 투자 포트폴리오에 경제적 혼란에 대응하는 헤지 수단으로 금을 비롯한 귀금속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 금을 대거 사들였다.
연방 정부 부채 증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미 달러 약세 등을 우려한 조처이지만 주 상원의원 밥 아이드(공화당)는 이보다 더 극심한 재앙을 대비하기 위해 이런 조처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통과한 ‘와이오밍 급 법안’의 주요 지지자이기도 하다.
아이드 의원은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국가 부채 위기’가 빚어지고야 말 것이라면서 “적자를 줄이려는 의지가 전혀 안 보인다”고 연방정부를 비난했다.
와이오밍주는 법 규정에 따라 금 2312온스 매입을 위해 1160만달러를 썼다. 이 돈으로 스마트폰 크기의 금괴 약 72개를 사들였다.
아이드는 금을 “가치를 떨어뜨릴 수 없는 유일한 진짜 돈”이며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주 재정을 지킬 마지막 보루라고 말했다.
유타주는 더 앞서 나간다. 지난 2011년 이미 금과 은을 법정 화폐로 인정했다. 최근 비상금 최대 10%인 약 1억4000만달러를 귀금속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도 통과시켰다.
웨스트버지니아, 테네시, 조지아 주 등도 공공 기금 일정 비율을 금, 은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아울러 귀금속으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법정 화폐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주들은 공통적으로 연방 정부의 재정 정책을 불신하는 공화당 우위 지역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금 매입에 관한 반대 논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와이오밍주 주지사 마크 고든은 금값의 변동성이 심하다면서 주 재정 일부를 금으로 묶어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금은 주식이나 채권, 현금성 자산과 달리 이자나 배당이 없기 때문에 팔기 전까지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갑자기 현금화가 필요할 때에도 주식 등 금융 상품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진다.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교수 스티브 행크는 금을 재정에 포함하는 주들의 공통점은 “상품 주(Commodity States)”라면서 “이들은 목장, 광산을 보유하고 있고, 상품 가격 변동에 민감한 곳들”이라고 지적했다.
미 보수가 추앙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회(CEA)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그는 그렇지만 “달러가 퇴출되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서 정치인들이 일어나지도 않을 재앙에 근거해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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