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美국가대테러센터 국장 사임
과거 테러로 아내 잃은 경험 언급
"양심상 이란 전쟁 지지할 수 없어"
고위 당국자의 공개 반대 첫 사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군사작전을 둘러싸고 미국의 내부 균열이 표면화됐다.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돼 온 고위 안보당국자가 전쟁 반대를 이유로 전격 사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둘러싼 노선 충돌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동시에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제를 강화하며 위안화 결제 선박에 한해 통과를 허용하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과거 테러로 아내 잃은 경험 언급
"양심상 이란 전쟁 지지할 수 없어"
고위 당국자의 공개 반대 첫 사례
■"트럼프 변했다" 핵심 지지층 이탈
조 켄트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양심상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대이란 군사작전 '에픽퓨리(장엄한 분노)'를 개시한 이후 고위 당국자가 공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켄트는 "이란은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었다"며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과 미국 내 친이스라엘 로비 압박에 의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보낸 서한에서 "1기 행정부 당시 당신은 끝나지 않는 전쟁을 피하는 방법을 이해했던 지도자였다"며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와 이슬람국가(ISIS) 격퇴를 사례로 들었다. 그러나 "2기 들어 잘못된 캠페인이 이란과 전쟁을 유도했다"며 "이는 이라크 전쟁 당시와 같은 오류"라고 비판했다.
특히 켄트는 "이스라엘이 촉발한 전쟁으로 배우자를 잃었다"며 개인적 경험까지 언급하며 반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2019년 시리아 자살폭탄 테러로 군 복무 중이던 배우자를 잃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그의 성명을 읽고 나서야 그가 떠난 것이 다행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며 "그는 안보 문제에서 매우 취약했다"고 반박했다. 백악관 역시 "이스라엘 압력 때문이라는 주장은 모욕적이고 우스꽝스럽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임이 '마가(MAGA)' 진영 내부 분열의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도 터커 칼슨, 메긴 켈리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이란 공습을 비판해온 상황에서 트럼프가 직접 임명한 고위 당국자의 이탈은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평범한 전쟁 반대론자가 아닌 켄트의 이탈은 MAGA의 새로운 균열"이라고 분석했다.
■"美달러는 돌아가" 호르무즈 통제
군사충돌과 맞물려 이란은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 통제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란은 위안화 결제로 거래된 원유를 실은 선박에 한해 통과를 허용하는 조건으로 약 8개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사실상의 해협 봉쇄 속에서도 '우호국 선별 통과'라는 새로운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파키스탄, 인도, 감비아 선적 선박들이 이란 해안선을 따라 항해하며 해협을 통과한 사례가 확인됐다.
서방 정보당국은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는 등 군사적 통제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의회 역시 "호르무즈해협 상황은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선언하며 장기 통제를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비공식 통행허가 체제로 규정하고 있다. 특정 항로 이용이 이란 당국 승인과 연계되고, 정치적 합의에 따라 통행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공식적 봉쇄는 아니지만 새로운 해상통제 질서가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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