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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외부충격에 취약한 수입구조…'자원 무기화'에 속수무책 [자원안보 2.0시대]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8 18:25

수정 2026.03.18 18:24

(1) 매년 반복되는 공급망 위기
요소수·핵심광물 이어 원유까지
제조업의 상시 리스크 된 공급망
美 등 경제안보 수단으로 활용
韓, 수입다변화·자원개발 시급
韓, 외부충격에 취약한 수입구조…'자원 무기화'에 속수무책 [자원안보 2.0시대]
요소수에서 핵심광물, 이제는 원유까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공급망 위기의 공식은 같다. 특정 국가에 집중된 공급망이 외부충격에 흔들리는 구조다. 공급망 위기는 어느덧 제조업의 '상시 리스크'가 됐다. 가성비의 시대는 끝났다. 패러다임은 이미 '효율'에서 '안보'로 이동했다.

비용절감보다 리스크 제어가 생존의 문법이 된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 기획을 통해 공급망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을 짚고, 한국 산업이 나아가야 할 '생존 중심 공급망' 전략을 모색한다.

중동발 지정학 충돌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이번 사태를 특정 지역 변수로만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놓친 분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중동이 아니라 특정 국가와 지역에 공급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와 이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자원무기화' 흐름이 맞물린 데 있다. 충격은 매번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지만, 위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동일한 구조와 변화된 리스크 성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특정국가 고의존 집중구조가 문제

실제 최근 수년간 한국이 겪은 공급망 충격은 모두 같은 패턴을 보인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2021년 중국발 요소수 대란, 이후 갈륨·흑연 수출통제와 희토류 공급불안까지 품목과 국가는 달랐지만 공통점은 '특정 국가 의존'이었다. 공급망이 한쪽에 쏠린 상황에서는 정책 변화나 외교갈등, 전쟁과 같은 외부변수 하나만으로도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집중구조'가 에너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8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이지 않는 공급망 위기: 한국 공급망의 착시와 조기경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동 리스크는 소수 품목에 국한되지만 '고의존 집중구조'가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HS10(수출입코드) 전체 약 9300개 품목 중 중동 및 인근국가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인 '즉각 관리 대상' 품목은 41개(0.4%)로 집계됐다. 숫자로 보면 많지 않다. 그러나 이들 품목은 사실상 대체공급선 확보가 어려운 단일지역 종속구조에 가까워 산업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원유, 니켈 매트, 정련동, 요오드 등 에너지·이차전지·반도체·정밀화학 핵심 투입재가 포함돼 있어 파급효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핵심광물 영역에서는 이러한 집중구조가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핵심광물의 공급망 및 비축 정책방향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특정 국가 수입비중이 50%를 넘는 핵심광물이 2024년 기준 17종에 달하며 니켈(90.8%), 흑연(89.5%), 갈륨(88.4%), 인듐(91.7%) 등은 사실상 단일국가 의존구조에 가까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에서 '압박'으로…리스크 변화

이 같은 집중구조 위에 최근에는 공급망 리스크의 성격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광물 수출통제가 단순한 자원관리 수단을 넘어 국가 간 전략경쟁 속에서 활용되는 정책수단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국들은 허가제, 쿼터, 수출제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핵심광물 통제를 강화하며 공급망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산업팀 김은아 연구위원은 "수출통제의 목적과 영향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태의 실장은 "기존보다 에너지 자원을 안보 문제로 보는 시각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비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입다변화와 자원개발이 기본적 대응방안"이라며 "다만 우리 현실상 자원개발이 쉽지 않아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