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AI, 소재의 비밀을 풀고 연구자의 비서가 되다 [언박싱 연구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9 05:56

수정 2026.03.19 05:56

<16>세종대 나노신소재공학과 4학년 서영훈 학부생
물리 법칙 깨친 AI '빛의 속도'로 에너지 길 찾아내
120편 논문 단 몇 초 만에 훑는 '천재 비서' 탄생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언박싱 연구실'이 공개하는 인공지능(AI)과 소재 공학의 혁신적 만남. 두꺼운 논문(포장지)을 벗겨내자, AI 비서가 조명 소재 내부에서 1초에 최대 1000만번에 달하는 에너지가 이동하는 복잡한 경로를 99% 이상의 정확도로 찾아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세종대 서영훈 학부생이 AI 기술을 접목해 소재의 물리 법칙을 규명하고, 수만 페이지의 연구 자료를 단 몇 초 만에 분석하는 똑똑한 연구 파트너를 탄생시킨 성과를 상징한다.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언박싱 연구실'이 공개하는 인공지능(AI)과 소재 공학의 혁신적 만남. 두꺼운 논문(포장지)을 벗겨내자, AI 비서가 조명 소재 내부에서 1초에 최대 1000만번에 달하는 에너지가 이동하는 복잡한 경로를 99% 이상의 정확도로 찾아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세종대 서영훈 학부생이 AI 기술을 접목해 소재의 물리 법칙을 규명하고, 수만 페이지의 연구 자료를 단 몇 초 만에 분석하는 똑똑한 연구 파트너를 탄생시킨 성과를 상징한다.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이 스스로 물리 법칙을 학습해 조명 소재 속 에너지가 움직이는 복잡한 길을 정확히 찾아내고, 연구자에게 꼭 필요한 자료만 쏙쏙 골라주는 AI 비서 시스템을 개발했다. 세종대학교 나노신소재공학과 4학년 서영훈 학부생이 전공의 벽을 넘어 AI라는 열쇠로 소재 공학의 오랜 숙제를 풀고, 연구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상자를 열었다.



■1초에 1000만번의 움직임을 99% 정확도로 읽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LED 조명이나 스마트폰 화면 속 소재(형광체) 내부에서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에너지가 빛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데, 이 속도가 너무 빨라 그동안은 숫자로 정확히 재기 힘들었다. 서영훈 학생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인공지능에게 '에너지는 갑자기 사라지거나 창조되지 않는다'는 물리 법칙을 먼저 가르쳤다. 데이터만 공부하는 보통의 AI와 달리 물리 법칙을 신경망에 직접 입력하는 '물리정보 신경망(PINN)'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효과는 놀라웠다. AI는 에너지가 전달되는 속도(속도 상수)가 1초에 최소 10만 번에서 최대 1000만번에 달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계산해냈다. AI가 계산한 이 값은 실제 실험 데이터와 99% 이상 일치할 정도로 정교했다. 에너지가 어디로 얼마나 빨리 흐르는지 수치로 알게 되었으니, 이제 전력 낭비 없이 더 밝게 빛나는 최첨단 소재를 훨씬 쉽게 설계할 수 있게 됐다.

■120편의 전문 논문을 단 몇 초 만에 훑는 'AI 비서'

상자 안에는 또 하나의 혁신이 들어있다. 바로 연구자를 위한 '똑똑한 AI 비서'다. 연구팀은 120편의 고난도 배터리 관련 논문 데이터를 AI에게 통째로 학습시켰다. 이 비서는 사람이 며칠을 꼬박 새워야 할 방대한 자료 분석을 단 몇 초 만에 끝낸다.

단순히 검색어와 일치하는 단어를 찾는 수준이 아니다. 글의 전체 문맥을 읽고 '이 문장에는 이 논문을 참고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라며 자료를 추천해주는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이 적용됐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자료를 찾는 고통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전공의 벽을 허문 '학부생'의 거침없는 도전

이번 성과는 세종대 나노신소재공학과 손기선 교수의 지도 아래, 서영훈 학생과 이병도 박사(현 휴스턴 대학교 박사후연구원), 오유진 석사과정생이 주축이 되어 이뤄냈다. 여기에 순천대 박운배 교수와 경북대 김지식 교수 등 해당 분야의 권위 있는 연구진이 힘을 보태 연구의 완성도를 높였다.

학부생이 공동 주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종합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와 인공지능 응용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엔지니어링 어플리케이션즈 오브 아티피셜 인텔리전스(Engineering Applications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각각 게재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나노신소재공학이라는 자신의 전공에 AI 기술을 완벽하게 접목한 서영훈 학생의 도전은 AI가 과학자의 가장 강력한 파트너가 될 미래를 미리 보여준다.
복잡한 수식 속에 숨겨져 있던 에너지의 비밀이 이제 AI라는 열쇠를 통해 우리 삶을 밝히는 더 밝은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