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에서 30대 아버지, 미성년 자녀 4명과 극단적 선택
아내 없이 사이 홀로 자녀 돌봐오던 중 생활고에 무너진 듯
사전 위험 알리는 신호 있었기에 안타까움 더해
아내 없이 사이 홀로 자녀 돌봐오던 중 생활고에 무너진 듯
사전 위험 알리는 신호 있었기에 안타까움 더해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지난 18일 울산 울주군의 한 빌라에서 생활고를 겪던 30대 아버지가 어린 자녀 4명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의 사연이 경찰 조사 등을 통해 하나둘 드러나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숨진 A씨는 하루 전 동네 한 슈퍼에서 17만 원어치 음식과 과자를 외상으로 가졌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19일 온산읍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아니었으며, 매달 아동 수당과 부모 급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무직 상태에서 홀로 네 아이를 돌봐왔다. 주변에서는 A씨가 외제차를 몰았다고 했다. 그 외제차는 몇 달 전인 지난해 누군가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이유에서 갑자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면서 A씨 가정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로 지정되었다. A씨의 아내가 여타의 이유로 함께 거주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뒤늦게 파악되었다. 4명의 자녀를 A씨 혼자서 돌봐야했던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온산읍 행정복지센터가 이를 알고 차상위계층과 한 부모 가정 등 사회 복지 제도에 대해 안내했다. 그런데 A씨가 거절했다고 한다.
온산읍 측은 그래서 복지 담당 관계자가 지난달까지 후원 물품인 쌀과 라면 등을 직접 전달하며 안부를 살피고, 유선으로도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숨진 자녀들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8)와 6살, 4살, 지난해 겨울 태어난 2살짜리였다. 이들의 비극을 어쩌면 막을 수 있었던 신호가 사건 발생 전 몇 차례 교육 당국과 112에 닿았던 것으로도 확인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첫째의 담임은 이달 초 "입학을 앞둔 아이가 예비소집에 오지 않고 보호자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라고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주거지를 방문했으나 학대 정황이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이 아이가 입학식에 못오고 연락이 두절된 것은 학교 측의 전화번호 입력 오류 때문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신고는 지난 6일이었다. 담임교사가 다시 "아이가 나흘째 무단결석 중이고 아동 방임이 의심된다"라고 알린 것이다.
경찰과 울주군청 학대 전담 공무원이 함께 현장을 확인했지만, 아이들의 몸에 외상 등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양육의 어려움과 생활고를 호소하자 복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자체에 관련 내용을 연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와 사인, 아울러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는 A씨가 홀로 4남매를 양육하며 겪은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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