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뻥튀기 상장' 의혹 파두 경영진, 혐의 부인…"매출 아닌 기술력이 본질"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9 14:36

수정 2026.03.20 15:04

SK하이닉스 등 발주중단 통보 은폐 후
공모가 부풀려 1937억원 모집 혐의
서울남부지법. 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 사실을 숨긴 채 공모가를 부풀려 '뻥튀기' 상장한 의혹을 받는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의 경영진이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서보민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파두 남이현 대표·이지효 전 대표·원 모 부사장과 파두 법인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2023년 SK하이닉스 등 주요 거래처로부터 수차례 발주 대폭 축소·중단 통보를 받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한국거래소에 허위 소명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에도 해당 통보 사실을 누락하거나 허위 기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8일 기소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공모가를 부풀려 모집한 약 1937억원의 청약 대금을 부당이득으로 판단했다.

이날 검찰은 "1조5000억원의 기업 가치로 코스닥 상장 이후 2023년 3·4분기 실적 발표 전까지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였으나, 상장 후 불과 3개월 만에 2·4분기 매출이 약 5900만원, 3·4분기 매출이 약 3억원에 그치는 어닝 쇼크 실적 발표와 함께 주가가 사흘 만에 45%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됐음에도 이 사실을 은폐한 채 무리한 상장을 진행해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설명이다.

반면 파두 측은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파두 측 변호인은 "파두는 기업용 SSD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메타 등 빅테크 고객을 확보해 설립 7년 만인 2022년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실현했고, 이외 신규 고객들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장을 준비하게 됐다"며 "당초 매출액이나 이익으로 상장한 것이 아니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례상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검사가 문제 삼은 2023년 매출은 파두 상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었다"고 변론했다.

이어 "2023년은 반도체 업계에서 역대 최악의 해라고 불릴 만큼 극심한 불황이 급작스럽게 찾아온 해였다. 피고인들은 당시 상반기 침체가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란 전망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2023년도 매출을 추산했다"며 "부진한 실적을 한국거래소에 숨기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고, 예측한 분기별 예상 매출액 역시 보수적으로 산정했다. 상장을 위해 투자자들을 기망한 사실과 목적·고의가 없었으며, 상장은 신규 고객사 대상 대규모 납품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또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공소사실과 달리 현저히 적으며, 발주 중단 계획이 당시 확정된 사항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한 글로벌 항공우주 업체의 발주 중단 통보를 은폐한 혐의에 대해서도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한 사항은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당 업체에 SSD를 독점 공급한다는 사실 자체지, 8TB SSD 제품을 납품하는지 여부나 그로 인한 매출 규모가 핵심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날 배임수재 등 혐의로 파두 경영진과 함께 기소된 SK하이닉스 전직 임원 김모씨 측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파두의 SK하이닉스 협력사 선정 과정에 관여하고 투자 유치를 도운 뒤 파두 경영진으로부터 1억8000만원 상당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비상장주식을 차명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씨 측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은 납품 여부를 결정하는 상품기획 부문이 아닌 사업지원 부문에 재직했다"며 "오히려 파두 경쟁사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파두 제품이 SK하이닉스에 납품된 것은 메타 적격 조건을 통과하고 가격 경쟁력도 갖췄기 때문이며, 비상장 주식은 해당 기업 설립·운영을 지원한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 차원에서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파두 측은 배임증재 혐의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무관한 자료까지 광범위하게 압수·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검찰 수사가 확대된 만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파두는 지난해 12월 19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며 45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가능성을 검토한 뒤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지난달 3일 거래가 재개됐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16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