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75% 동결…4년 반 만장일치 결정
금리 인하 문구 삭제…정책 기조 급선회
비둘기파까지 "인상 가능성" 언급
시장, ‘숨 고르기 아닌 방향 전환’으로 해석
금리 인하 문구 삭제…정책 기조 급선회
비둘기파까지 "인상 가능성" 언급
시장, ‘숨 고르기 아닌 방향 전환’으로 해석
[파이낸셜뉴스] 영국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이 중동 전쟁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금리 인하 신호를 삭제하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통화정책 기조가 다시 긴축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던졌다.
잉글랜드은행은 19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75%로 유지했다. 위원 9명 전원이 동결에 찬성하며 만장일치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약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진 데 따른 대응이다.
특히 지난달까지 포함됐던 ‘금리 인하 가능성’ 관련 문구가 이번에는 삭제됐다. 정책 방향이 완화에서 긴축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더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리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위원들 발언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스와티 딩그라 위원조차 "에너지 공급 충격이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캐서린 맨 위원 역시 "이번 분쟁으로 물가 상승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정책 선택지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동결 또는 인상 쪽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잉글랜드은행은 물가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향후 2개 분기 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3.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에는 물가가 2% 목표 수준으로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에너지 가격 변수로 전망이 크게 바뀐 것이다.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잉글랜드은행 발표 직후 영국 국채 2년물 금리는 4.49%까지 급등하며 최대 0.4%p 상승했다. 이는 2022년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 정책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시기와 유사한 수준이다.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도 급격히 변했다. 전쟁 이전만 해도 연내 2차례 금리 인하가 예상됐지만, 전쟁 이후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되기 시작했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2차례 인상 가능성이 절반 수준이었으나, 발표 이후에는 0.25%p씩 2차례 인상이 사실상 반영됐고 일부에서는 3차례 인상 전망까지 등장했다.
다만 베일리 총재는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금리 인상에 대해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동결이 적절한 결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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