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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누나들이 다 했는데"...'95% 증여' 받은 남동생, 사장 자리 오르자마자 '괘씸' [이런 法]

안가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0 10:40

수정 2026.03.20 10:40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회사를 위해 평생 헌신한 저희 자매를, 남동생이 앞장서서 차근차근 정리하고 내쫓으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남동생을 상대로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20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가족 기업을 이어오고 있는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늦둥이 남동생한테 강남빌딩·회사 물려줄 때도 참은 누나들

삼 남매 중 첫째 딸인 A씨는 "아버지는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부품 회사를 운영하셨다. 저와 여동생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장 아버지 회사에 들어갔고, 말 그대로 청춘을 바쳐 일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 무렵에는 재료 수급이 막히면서 납품처인 대기업과 큰 갈등이 벌어진 적이 있다.

자칫 회사가 휘청일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제가 아버지 대신, 백방으로 뛰면서 해결했다. 아버지는 '네가 회사를 살렸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했다.

그런 A씨 집안에는 늦둥이로 어렵게 얻은 막내 남동생이 있었다. 그 귀한 아들이 성인이 되어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하자, 아버지의 마음은 결국 '가업 승계는 그래도 아들'이라는 쪽으로 굳어졌다.

A씨는 "서운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평생 회사를 일궈온 아버지의 뜻이기에 저와 여동생은 그 결정을 존중했다. 아버지는 생전에 저희 딸들에겐 아파트를 한 채씩 해주셨고, 회사 주식과 강남 건물을 보유한 가족 법인 지분 등 알짜배기 핵심 재산은 모조리 남동생에게 미리 증여했다. 사실상 전체 재산의 95%가 남동생에게 넘어간 셈"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다 9개월 전,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며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남동생이 가업을 승계하는 것에 전혀 반대하지 않았고, 제 몫을 주장하는 유류분 청구도 꾹 참았다"고 말했다. 오랜 실무 경험이 있는 A씨 자매가 핵심 업무를 맡아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결국 회사와 가족 모두를 위한 길이라 굳게 믿었던 것.

사장 된 남동생 누나들 보직 변경하더니 노골적 배제

그런데 남동생이 사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갑자기 A씨와 여동생의 보직을 변경하더니, 임원들도 A씨 자매를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노골적으로 배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회사를 위해 평생 헌신한 저희 자매를, 동생이 앞장서서 차근차근 정리하고 내쫓으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이런 토사구팽 같은 대접이 다 있나, 아버지를 생각해서, 그리고 가족의 평화를 위해 꾹 참았는데 안되겠다. 이제라도 남동생을 상대로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있나"라고 조언을 구했다.

변호사 "아버지 상속재산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가능"

해당 사연을 접한 정은영 변호사는 "가족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타까운 분쟁 중 하나"라며 "유류분은 망인, 즉 피상속인이 생전증여·유증으로 재산을 상속인 중 1인에게만 편중해도, 일정 범위는 가까운 상속인에게 최소한 보장되는 몫을 뜻한다. 유류분이 침해되면 유류분권리자는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이 청구는 소멸시효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침해를 안 날부터 1년', '상속개시(사망)부터 10년' 내에 해야 한다. 침해를 안 날이란, '피상속인의 사망사실과 함께 자신의 유류분이 특정 증여나 유증으로 침해당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한 날'을 뜻한다"며 "A씨의 경우 아버지가 9개월 전에 돌아가셨다. 이미 생전에 증여했던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안전하게 아버지의 사망시점 기준으로 1년 내에 유류분청구를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A씨가 돌려받을 수 있는 유류분은 전체 재산에서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자녀들만 상속인이라면 법정상속분은 각 1/3"이라며 "어머니가 있다면 법정상속분은 자녀들은 9분의2, 어머니는 3분의1이 된다. A씨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1이므로 전체 상속재산의 어머니가 없다면 6분의1, 어머니가 있다면 9분의1이 된다. 다만 이미 받은 아파트는 특별수익으로 처리되어 유류분 계산에서 제외된다"고 전했다.

이어 "유류분 계산의 기초재산은 상속개시 당시 재산가액 + 증여재산가액 - 채무다. 여기서 원칙적으로 민법 제1114조에 의해 사망 전 1년 내 증여가 산입되지만, 다른 상속인에게 한 증여는 사실상 유류분 권리자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하는 것으로 보아 1년 이전이라도 증여에 산입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남동생이 사전증여로 받은 모든 재산들이 폭넓게 유류분권을 침해하는 증여라고 볼 여지가 높다. 아버지가 사망당시의 재산과 미리 증여했던 재산에서 채무를 제외한 금액을 계산하여 전체 기초재산을 구한 다음 그 금액에서 A씨의 유류분 몫을 남동생에게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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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