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난 길 건너 구경만 했다" 거액 꿀꺽하고 발뺌... '이것'에 반전 [사건실화]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1 07:00

수정 2026.03.21 09:41

"다른 조직원 범행 장면 지켜만 봤다"
수차례 진술 번복
법원, 다른 현금수거책 진술에 주목
"무고한 피해자 양산…엄벌 필요"
뉴시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25년 9월 이전에는 범행한 적이 없는데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4)는 수사 초기 일부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행 기간도 실제와 다르고 범행 장소로 특정된 아파트에 간 적이 없으며 돈을 건네받지도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A씨는 얼마 뒤 진술을 번복했다. 아파트에 간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한 수사관이 휴대전화 지도앱을 분석해 해당 아파트에 방문한 내역에 관한 스크린샷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범행하는 장면을 조직 지시에 따라 길 건너편에서 지켜보았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이동식 부장판사)는 지난 1월 30일 보이스피싱 2차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2명으로부터 515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한 1차 현금수거책 B씨의 증언에 주목했다. B씨는 A씨에게 현금을 전달할 당시 A씨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하관을 명확하게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이 현금을 몇 차례 전달한 사람의 하관이 동일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로부터 현금을 전달받은 적이 있다고 인정한 상태였다. A씨는 1차 현금수거책이 피해자로부터 수거한 현금을 숨겨 3차 현금수거책이 수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인적이 드문 장소를 물색해 아파트 앞 도로에서 현금을 전달받았다.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앞선 진술 외에도 B씨가 1차 현금수거책으로서 A씨에게 돈을 전달하러 가게 된 경위와 현금 전달 전후의 상황, A씨가 입었던 옷, 다수에 걸쳐 범행할 당시 만난 2차 현금수거책이 동일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 등이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일관적이었기 때문이다.

A씨가 가담했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서민금융진흥원과 카드회사 직원으로 속이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저금리로 대환 대출이 가능하다고 거짓말한 뒤 이에 속은 피해자가 서민금융지원 대출 상품을 신청하자 같은 날 오후 카드회사 직원을 사칭하며 기존 대출금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대환대출을 신청하면 금융법 위반이라며 위협했다. 한 피해자는 "기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지 않으면 재산이 압류되니 이를 예방하려면 직원에게 직접 현금을 전달해 완납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말에 속아 현금을 전달했다.

또 다른 피해자에게 조직원들은 카드가 배송됐다는 거짓 문자를 보내 속였다. 카드가 잘못 배송된 것 같다는 피해자의 말에 카드회사 직원을 사칭하는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에 연루돼 명의가 도용된 것 같다" "금융감독원과 검사에게 전화해야 한다"고 거짓말해 금융감독원과 검사의 허위 연락처를 전달했다. 해당 연락처는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연락처였고 전화를 받은 조직원은 검사로 속이며 "인적 사항이 도용돼 범죄에 연루됐다"고 말했다. 그는 "18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돈을 지키려면 모두 인출해야 한다"면서 "사건이 해결되는 대로 돌려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엄하게 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은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폐해를 끼치고 피고인은 2차 현금수거책으로서 피해자로부터 받은 편취금을 조직원들에게 전달했는데 역할 분담의 내용, 편취액 등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피해액 중 2750만원이 압수돼 피해자에게 가환부된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