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 잘해도 저건 못 참지"… 에이스도 '손절' 당하는 직장에서의 3가지 감정 [어른의 오답노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0 20:00

수정 2026.03.20 20:20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아마추어의 가장 흔한 오답, '서운함'
"내 잘못이 아니라는 항변"… 고립을 자초하는 방어기제, '억울함'
"나만큼 빨리 따라와"… 팀 지능을 20% 갉아먹는 바이러스, '조급함'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입니다. 위 사진은 이 기사와는 무관합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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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금요일 저녁 6시. 사무실 불이 하나둘 꺼지고, 직장인들은 각자의 주말을 향해 흩어진다.

누군가는 이번 주도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고, 누군가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인사고과 평가표에 보이지 않는 감점이 새겨졌다.

실적도 나쁘지 않고, 근태도 확실한데 유독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다. 조직 관리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능력이 아닌 '감정의 노출'에서 찾는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54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장 기피하는 동료의 성격' 1위는 무능함이 아니라 '감정적인 성격(42.6%)'이었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인 직장에서, 절대 데스크 위에 올려두어서는 안 될 치명적인 감정 3가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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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내가 회사를 위해 어떻게 일했는데"… 아마추어의 상징, '서운함'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오답이다. 자신의 헌신과 야근을 회사가 '가족처럼' 알아주길 바라는 감정이다. 기대했던 보상이나 따뜻한 인정이 돌아오지 않을 때, 이들은 표정과 말투로 서운함을 팍팍 티 낸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직장은 철저한 계약 관계다. 조직 심리학에서는 이를 '심리적 계약 위반(Psychological Contract Breach)'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본다. 리더 입장에서 서운함을 자주 내비치는 직원은 '끊임없이 감정적 에너지를 먹여 살려야 하는 피곤한 존재'로 전락한다. 결국 중요한 업무를 맡기기 꺼려지는 1순위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한다.

둘째, "그건 제 잘못이 아닌데요"… 고립을 자초하는 방어기제, '억울함'

업무에 펑크가 나거나 클레임이 터졌을 때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감정이다. 타 부서의 비협조, 모호했던 지시 등 억울한 사정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조직이 위기 상황에서 직원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것은 '원인 제공자가 누구냐'는 변명이 아니다.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이다.

문제 해결보다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순간, 동료들은 그를 '책임감이 결여된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억울함을 호소할수록 역설적으로 그의 프로페셔널함은 의심받는다는 것이다.

셋째, "빨리 좀 합시다"… 조직의 멘탈을 갉아먹는 바이러스, '조급함'

일 욕심이 많은 이른바 '에이스'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이다. 본인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타인을 견디지 못하고 다리를 떨거나, 한숨을 쉬거나, 날 선 메일을 보낸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의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의 조급함과 불안은 팀 전체의 인지 능력을 20% 이상 저하시킨다.

이들의 조급함은 '실행력'으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결국 동료들을 지치게 만들고 부서 간의 협업 고리를 끊어버린다.

혼자서 100을 할 줄 알아도, 팀의 200을 갉아먹는 사람을 조직은 리더로 앉히지 않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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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조직 컨설팅 전문가인 한 노무사는 직장 내 감정 관리에 대해 이렇게 선을 그었다.

"우리가 매월 받는 월급 명세서에는 '업무 노동'에 대한 대가뿐만 아니라, 싫은 소리를 견디고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감정 노동'에 대한 비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장에서 진짜 무서운 사람은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의 밑바닥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입니다.
서운함과 억울함을 티 내는 것은, 스스로 내 무기의 한계를 적에게 광고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일주일간 나의 표정과 카톡 창, 그리고 회의실에서의 말투를 복기해 볼 시간이다. 당신의 책상 위에는 어떤 감정이 올려져 있었는가.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