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재테크

"여보, 우리 테슬라 이제 어떡해?"... 주말 부부싸움 부르는 '5년째 본전'의 공포 [가장의 은퇴시계]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2 17:00

수정 2026.03.22 17:24

절반의 미소… 수익성은 지켰지만 '성장 엔진'이 식었다
AI 혁명 vs 비싼 자동차"… 팽팽하게 쪼개진 월가
머스크의 돌발 행동보다 서늘한 '차이나 리스크'
흔들릴 거면 지금 당장, 믿는다면 15년 뒤를 상상하라

론 머스크 테슬라 CEO.연합뉴스
론 머스크 테슬라 CEO.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여보, 우리 테슬라 또 파란불인데... 이거 진짜 은퇴할 때까지 들고 가도 괜찮은 거야?"
금요일 밤 10시 30분. 7살 아들을 간신히 재우고 육아 퇴근 후 맥주 한 캔을 따며 여유를 즐기려던 찰나, 아내의 날아드는 질문에 스마트폰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창을 들여다보던 40대 가장의 등에 진땀이 흐른다. 애증의 이름, 테슬라(TSLA)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발언 하나에 주가가 요동치고, 바닥인 줄 알고 들어갔더니 지하실을 구경하게 만드는 롤러코스터 장세.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마다 전국의 거실에서는 서학개미 부부들의 소리 없는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과연 우리는 이 주식 하나로 15년 뒤 나의 은퇴 시계를 웃으며 멈출 수 있을까?
하지만 감정에 휩쓸려 매도 버튼을 누르거나 뇌동매매로 물타기를 하기 전에, 차가운 머리로 시장의 팩트를 마주해야 할 때다.

최근 발표된 테슬라의 실적과 차트가 말해주는 현실은 우리가 왜 호가창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긴 호흡을 가져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 절반의 미소… 수익성은 지켰지만 '성장 엔진'이 식었다

최근 발표된 테슬라의 분기 실적은 한마디로 '선방 속의 불안감'이다. 주당순이익(EPS)과 매출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총이익률(Gross Margin)은 20.1%로 반등하며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에너지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이상 급증한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지표 이면에는 뼈아픈 숫자가 숨어있다.

본업인 4분기 차량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6% 감소한 것이다.

시장은 성장의 핵심 동력인 '차량 판매 둔화'라는 현실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으며, 미국 내 보조금 한파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거센 저가 공세라는 거시적 악재도 첩첩산중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연합뉴스
테슬라의 자율주행.연합뉴스

■ 200일선 붕괴와 '잃어버린 5년'… 테슬라 주주를 덮친 공포

이러한 악재들은 고스란히 차트에 공포로 반영되고 있다. 3월 22일 현재, 테슬라 주가는 장기 추세의 가늠자인 200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내려가며 어느덧 360달러 후반까지 주저앉았다.

또다시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가 주주들을 무겁게 덮치는 중이다.

여기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가장 뼈아픈 팩트는 바로 '시간의 기회비용'이다. 만약 어떤 투자자가 테슬라가 영원히 오를 것만 같았던 가장 뜨거운 시기, 2021년 11월 최고점에 매수 버튼을 눌렀다면 어떨까. 그는 무려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지옥 같은 롤러코스터를 타며 마음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계좌에는 여전히 '마이너스(-)' 혹은 간신히 '본전'이 찍혀 있을 것이다.

2021년에 환호성을 지르며 진입한 사람들에게 지난 5년은 그야말로 허송세월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연합뉴스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연합뉴스

■ "AI 혁명 vs 비싼 자동차"… 쪼개진 월가, 결국 승부는 '15년 뒤'

이렇듯 지독한 5년의 횡보 속에서도 월가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처럼 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주목해 거대한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평가하는 강세론이 있는 반면, 여전히 고평가된 자동차 기업일 뿐이라는 차가운 약세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결국 선택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테슬라 주가는 숱한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란 점이다.

만약 테슬라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무너졌다고 판단하거나, 이 지독한 변동성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과감하게 손절 버튼을 누르는 것이 맞다.

우리의 피 같은 은퇴 자금을 매일 밤 스트레스의 늪에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히 지난 5년간의 테슬라 투자는 실패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철저한 분석 끝에 테슬라의 미래를 여전히 신뢰한다면, 당장의 수익률을 둔 의미 없는 주말 부부싸움은 이제 멈추자.

5년의 횡보조차 거대한 혁신의 역사에서는 짧은 구간일 수 있다. 언젠가 로보택시가 대한민국 전역의 도로를 매끄럽게 달리고, 로봇 '옵티머스'가 거실에서 댄스를 추는 거대한 미래의 청사진을 상상해 보라.

그 미래에 15년 뒤 나의 은퇴 시계를 걸었다면, 호가창이 무너져 내리는 밤에는 과감하게 스마트폰 HTS를 꺼버리자.

가장의 은퇴 자금은 틱 단위의 불안감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향한 묵직한 확신 속에서 자라나야 하니까.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