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나중에 갚을게요" 고령 집주인 울린 임차인의 '새빨간 거짓말'[사건실화]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3 07:00

수정 2026.03.23 07:00

"공사 전세보증금 나한테 주면 된다" 거짓말
반환 능력 없는 상태에서 범행
서류 조작하고 보증까지 요구
법원 "피해 회복 이뤄지지 않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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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임차인 A씨는 지난 2014년 6월 임대인 B씨와 보증금 1400만원짜리 월세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던 중 2016년 5월부터는 B씨와 전세보증금 1억20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지역주택도시공사가가 전세임대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전세보증금 중 7600만원을 공사가, 4400만원은 A씨가 B씨에게 각각 지급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B씨는 A씨로부터 월 임차료는 따로 받기로 했다. 이 계약에 따라 공사는 B씨의 계좌로 전세보증금 중 7600만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씨는 B씨에게 "공사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은 어차피 내가 갚아야 할 돈이니 공사로부터 입금된 7600만원을 보내주면 나중에 대신 공사에 갚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원래대로 월세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B씨는 아무런 피해를 당하지 않게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임대인 B씨가 공사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A씨가 아닌 B씨가 갚아야 할 돈이었다. A씨는 돈을 받더라도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때 B씨를 대신해 공사에 돈을 반환해 줄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 당시 별다른 재산이나 일정한 수입이 없는 반면 채무는 자산을 초과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A씨는 급기야 서류까지 조작했다. 허위로 전세임대보증금 확인서를 작성해 B씨에게 전달했다. 지난 2023년 2월 한 PC방에서 A씨는 '전세 임대 보증금에 대한 확인서'라는 내용의 문서를 만들었다. 해당 문서에는 '공사가 지급한 금액 7600만원에 대해 임차인 A씨와 임대인 B씨의 전세계약기간이 만료돼 공사가 B씨에게 지급한 7600만원에 대해 지급을 청구하였다' 'B씨가 A씨에게 전세보증금 7600만원을 지급했고 이러한 사실 관계를 A씨에게 확인했다' '공사가 지급한 전세보증금은 A씨가 공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다' 'B씨는 공사가 지급한 전세보증금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A씨는 하루빨리 공사가 지급한 전세보증금 7600만원을 갚길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A씨는 문서에 임의로 만든 공사 담당자의 도장을 찍기도 했다.

A씨의 거짓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6년 12월 지인에게 3000만원을 빌리기 위해 보증인이 필요하다며 B씨에게 보증을 서달라고 요구했다. "보증을 서주면 틀림없이 변제할 테니 지불보증서에 서명과 도장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A씨의 말에 속아 A씨가 빌린 차용금 9000만원에 대한 보증채무를 부담하게 됐다.

아울러 결제 확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A씨는 본인이 타인에게 받을 돈이 있는 것처럼 타인 명의의 결제 확인서를 꾸며내기로 했다. B씨로부터 차용한 대여금의 변제기한을 연장해야 해서다. 지난 2023년 10월 A씨가 만든 문서에는 한 건설사가 A씨에게 1차 대금 8000만원과 2차 대금 3700만원을 약속한 기일까지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A씨는 임의로 제작한 한 건설사 대표의 도장까지 문서에 찍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김선범 판사)은 엄벌을 촉구하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령인 피해자의 선의를 이용하거나 속여 1억6000만원이 넘는 피해를 끼쳤고 현재까지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근저당권의 담보가치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사문서위조와 행사의 범행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