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자 본지 헤드라인이다. 다른 언론들의 머리기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동 사태가 발발한 지 3주를 넘기면서 군사적 충돌에서 '에너지 전쟁'으로 비화되어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한 데 이어 주변 국가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하면서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A는 가격이 30% 올랐다" "B는 언제 공급이 중단될지 알 수 없다"는 얘기들이 들려온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 운송비 증가, 공급 불안 등으로 물가가 직격탄을 맞는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기름을 붓는 격이다. 지난 2월 수입물가(원화 기준)는 전월 대비 1.1% 상승했다.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2007년 8월부터 2008년 7월까지 12개월 연속 상승한 이후 최장 기간 오름세다. 환율과 유가 상승이 상방 압력을 키웠다. 이달부터 시작된 중동 사태가 물가에 반영되면 수치는 훨씬 큰 폭으로 뛸 수 있다.
정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물가와의 전쟁에 나섰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는 한편 담합 적발 등을 통해 밀가루, 식용유를 비롯해 라면, 과자, 빵, 아이스크림까지 연달아 가격을 내렸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두 차례에 걸쳐 총 2400만배럴의 원유를 우선 도입하기로 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물가를 잡는 데 무엇보다 효율적인 방안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다. (경제회복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정책이 물가상승에 대비한 제일 강력한 무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2개월 연속 동결하고, 한국은행이 9개월째 금리를 2.50%에 묶어 두고 있는 것도 물가 관리를 위해서다.
아직은 물가가 한은의 목표치인 2% 부근에서 안정적이지만 국제유가가 110달러에 육박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한은이 이르면 3·4분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주요국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꺾인 대신 금리인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호주중앙은행은 지난 17일 금리를 올리며 통화정책 방향을 이미 긴축으로 돌렸다. JP모건,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스 등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를 접고 올해 최대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기존 전망을 수정했다. 중동 사태가 촉발한 공급망 차질과 유가 폭등이 그 배경이다. 여느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한은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안정'이다. 한은법 1조 1항에 '물가안정 도모'가 한은의 설립 목적이라고 적시돼 있다. 신현송 차기 한은 총재 후보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그만큼 우리의 경제상황이 다급하다. 현재와 같은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동반 위축되고, 실물경제에 충격파가 올 수밖에 없다. 재정경제부가 그린북에서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하고, 일부에서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2.0%)의 수정 의견까지 나온다. 정부가 최대 20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재정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는' 통화정책 병행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중동 사태로 인해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적임자"라는 신 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현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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