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숭실대 신소재공학과 이웅규 교수팀
메모리 10배 강하게 만드는 '초고속 코팅제' 개발
원자 단위 정밀 제어로 반도체 미세화 난제 해결
메모리 10배 강하게 만드는 '초고속 코팅제' 개발
원자 단위 정밀 제어로 반도체 미세화 난제 해결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 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미래 기술의 심장, 메모리의 한계를 부수다
이 기술은 앞으로 우리 일상의 풍경을 완전히 바꿀 중요한 열쇠다. 반도체가 작아질수록 전기가 제멋대로 새는 '누설 전류'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이번 성과를 적용하면 메모리의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덕분에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비약적으로 빠른 스마트폰과 고성능 컴퓨터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시대에 이 '나노 보호막' 기술은 필수적이다.
■'천천히 마르는 페인트' 대신 '초고속 코팅제'를 만들다
이 성과는 이웅규 교수와 김형준 학생 등 숭실대 연구진이 직접 설계한 '새로운 합성 물질' 덕분이다. 기존에 쓰던 재료(Cp-Zr)는 마치 '천천히 마르는 페인트'와 같아서, 마르는 동안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금속 표면에 녹(산화층)이 생기는 것을 막지 못했다.
연구팀은 분자 구조를 새롭게 조립해 바르자마자 순식간에 굳는 초고속 코팅제(MePrCp-Zr)를 합성해냈다. 이 새로운 물질은 원자를 쌓는 공정(ALD) 중 산소가 침투할 틈을 주지 않고 매끄러운 보호막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막의 성분은 유지하면서도, 재료를 스마트하게 바꿔 메모리의 품질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수치로 증명된 세계적 수준의 기술
실험 결과는 숫자로 그 성과를 증명했다. 새로운 공정을 적용하자 불필요한 산화층의 두께가 기존보다 약 0.38nm(나노미터)나 줄어들었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일에 불과한 차이지만 성능 차이는 크다. 전기가 엉뚱한 곳으로 새는 누설 전류 수치가 기존 대비 10배 이상 개선됐고,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인 유전율 역시 약 17% 향상됐다.
이 연구는 독창성을 인정받아 세계적 권위지 '머티리얼즈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이웅규 교수팀과 김형준, 홍주안, 정용상, 류경훈, 조승민, 조석호, 김주형, 김병관, 김진식 등 참여 연구진이 함께 일궈낸 이 성과는 대한민국 반도체 기술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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