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남 연타석포 폭발… 투타의 완벽한 하모니
악재와 부족한 전력 너머의 투혼, 팬들이 원했던 '진짜 야구'
시범경기 최종 1위 눈 앞...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악재와 부족한 전력 너머의 투혼, 팬들이 원했던 '진짜 야구'
시범경기 최종 1위 눈 앞...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파이낸셜뉴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같은 단어가 있다. 바로 '봄데'다.
봄에만 야구를 잘하고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추락한다는 뼈아픈 조롱이 담긴 이 꼬리표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가슴을 매번 후벼 판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뚜렷한 전력 보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롯데를 하위권으로 분류하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최근 전지훈련지에서 큰 악재가 겹치며 또 다시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팬들조차 반신반의하며 마음을 비우고 올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2026년의 봄, 사직구장의 공기는 심상치 않다. 조롱과 우려 섞인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롯데 선수단은 무서운 독기를 품고 그라운드를 내달리고 있다.
2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는 지금 롯데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 판이었다.
타선은 무려 4방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화 마운드를 무참히 폭격했고 10-6의 완승을 일궈냈다.
특히 안방마님 유강남의 활약은 눈부셨다. 연타석 아치를 그리며 홀로 5타점을 쓸어 담은 그의 스윙에는 올 시즌 반드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새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와 신윤후까지 마수걸이 포를 가동하며 타선의 폭발력을 과시했다.
마운드에서는 새 외국인 투수 제레미 비슬리가 5이닝 1실점 호투로 화답하며 선발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두 번째 투수로 나선 코야마 마사야가 흔들렸지만, 투타의 완벽한 조화 속에 롯데는 파죽의 7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시범경기 1위 확정 매직넘버를 '1'로 줄이는 저력을 과시했다.
누군가는 시범경기 성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깎아내릴 것이다.
정규시즌이 개막하면 얇은 뎁스의 한계를 드러내며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쏟아내는 땀방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뒤집기 위해 겨우내 스프링캠프부터 묵묵히 흘려온 롯데 선수들의 땀이 조금씩 야구장에서 영글고 있다.
물론, 전력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여름이 되면 뎁스의 한계는 분명히 느껴진다. 하지만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매 경기 무조건 이기는 압도적인 야구가 아니다.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달리는 선수들의 진심, 그 하나면 충분하다.
지금 롯데가 보여주고 있는 야구가 바로 그렇다.
"시범경기니까"라는 잣대 없는 조롱에 상처받기엔, 사직의 봄을 수놓고 있는 거인들의 발걸음이 너무나도 묵직하고 결연하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나쁘지 않다.
올 시즌의 최종 성적표가 어떻게 쓰일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그들이 시범경기에서 보여주는 이 뜨거운 열정과 투지만큼은 '진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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