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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대산플랜트 대표 "美 100% 수입품 국산화해 20~30% 가격 우위"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수주 증가하면 지역 생태계도 동반성장"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수주 증가하면 지역 생태계도 동반성장"
【파이낸셜뉴스 김해=강구귀 기자】"이 설비 하나 만드는 데만 수년이 걸렸습니다. 시행착오가 곧 기술이 됐죠."
지난 17일 경남 김해시 한림면 안하농공단지 내 국내 유일의 대형 진공챔버(오토클레이브) 앞에서 이종욱 대산플랜트 대표가 한 말이다. 이 설비는 최대 9m 길이의 회전자용 슬롯아머(Slot Armor)를 만든다. 슬롯아머는 가스터빈 발전기에서 회전자와 회전자 권선 간 절연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부품이다.
대산플랜트는 1994년부터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와 손을 잡고 가스터빈 발전기용 절연 자재 국산화를 이뤄냈다.
미국으로 시편 보내며 시작한 국산화.."시험 기관도 기준도 없었다"
1994년 당시 발전기용 절연자재는 미국과 일본 선진 업체가 독점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복합소재 생산 자체는 이뤄지고 있었지만 발전기에 투입되는 절연자재는 차원이 달랐다. 화학적·전기적·기계적 특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고난도 품목이어서다.
가장 큰 난관은 국내에 시험 기관 자체가 없다는 점이었다. 해외 제품의 규격을 기준으로 요구 물성을 맞추기 위해 유리섬유 원단, 수지, 첨가제, 각종 금속 자재 등 소재 선정부터 제작 공정, 물성 테스트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시편을 미국으로 보내 테스트하고 해외 발전회사 승인을 받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 대표는 "사양 기준의 물성을 만족시키려면 적합한 생산설비를 직접 설계하고 구축해야 했는데, 이것이 가장 큰 기술적 장벽이었다"며 "두산에너빌리티의 지원으로 각종 생산설비를 개조·변경하면서 수많은 시생산 작업 끝에 물성을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일부 해외 기술도 도입했고, 내전압·내열성·저수축률 등 기존 품질 수준을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공장 내부를 둘러보니 대산플랜트의 생산 품목은 매우 다양했다. 베크라이트 패키지(Bakelite Package), 폴블록(Pole Block), 슬롯필러(Slot Filler), 슬롯웨지(Slot Wedge), 크리페이지 블록(Creepage Block), 메인리드 어셈블리(Main Lead Assembly), 와인딩 링(Winding Ring), 커퍼 페이싱 어셈블리(Copper Facing Ass'y) 등 발전기용 소재 및 부품을 총망라하고 있다. 150MW급부터 1450MW급까지 회전자(Rotor)와 고정자(Stator)에 들어가는 절연부품 종류만 수십 가지에 이른다.
그는 "전체 제품의 80%에 해당하는 50종 이상을 국산화 완료했다"고 밝혔다. 원자재부터 제품 생산 프로세스까지 완벽하게 구축돼 있어 기술적으로 어떤 발전소용 제품이든 대응 가능한 체제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긴급 대응 역량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발전소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면 절연부품을 즉각 교체해야 하는데 수입 소재는 3~6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대산플랜트는 1개월 내 긴급 대응이 가능하다. 이 역량이 두산에너빌리티와 31년 신뢰를 유지해온 핵심 동력이다.
K가스터빈 '빅뱅'..경남 벤더 생태계에 훈풍
두산에너빌리티는 지금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2025년 에너빌리티 부문 신규 수주만 1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에 힘입어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에만 12기를 공급하게 됐다. 올해는 한국남부발전과 380MW급 가스터빈 3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중장기 로드맵으로는 2030년까지 누적 45기, 2038년까지 누적 105기 수주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2028년까지 창원사업장의 연간 생산능력도 대폭 확장할 계획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의 파급력은 김해·진주·거제 등 경남 일대 벤더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산플랜트에 따르면 발전기 1대 기준 회전자 자재비 비중 10%, 조립비 비중 7%로 총 17%가 실질 매출과 비례 연동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수주가 늘면 발전기 물량이 따라오고, 그에 맞춰 절연부품 수요도 자동으로 증가한다.
현재 대산플랜트의 연매출은 약 13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2027년 이후 가스터빈 물량이 본격화되면 2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대산플랜트는 기존 설비 보수와 작업환경 개선을 진행 중이다. 보유한 여유 공장 및 부지를 활용한 추가 생산라인과 설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외주 협력업체 추가 선정도 진행해 시제품 생산 테스트도 이뤄지고 있다. 3~5명의 추가 인력 채용도 검토 중이다. 지방 중소기업 특성상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지만 각 파트별 20~30년 이상 경력의 장인급 기술자들이 현장에 포진해 있어 기술 전수 체계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산플랜트는 해외 선진 제품과 비교해 물성은 100% 이상 만족하고, 국산 소재와 자체 설비로 설계부터 생산까지 일관 체계를 갖추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인증 요건도 두산에너빌리티의 품질·생산 시스템을 따르면 별도의 추가 요구 없이 충족된다.
그는 "향후 미국 수출용 절연부품도 추가 개발과 물성 확보를 통해 대산플랜트에서 공급할 예정"이라며 "처음 국산화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미국·일본 등의 해외 규격을 기준으로 개발을 진행했기 때문에 품질상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발전기 제작업체인 GE 알스톰, 일본 MHI, 지멘스 등은 절연소재 회사를 직접 운영하거나 전문화된 기업을 양성해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특성을 고려해 두산에너빌리티와 향후에도 상생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동반성장펀드를 240억원에서 89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1·2차 협력사에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등 상생 협력에 힘써왔다. 대산플랜트는 이 상생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수혜 사례다. 대산플랜트는 동반성장펀드에서 두 차례에 걸쳐 총 25억원을 지원받아 1.3~1.9% 금리 이자 보전과 설비투자에 활용했다.
이 대표는 "2012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린 매뉴팩처링(Lean Manufacturing)'이라는 설비종합효율 개선 기법을 전수받아 생산성을 30% 가까이 높였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사업인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을 두산에너빌리티를 수요처로 진행해 1000~1300MW급 원전용 Turn Insulation 및 Layer Separator 개발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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