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외과 명의 4인 진단한 'K-외과' 빛과 그림자
"과실 없어도 형사 책임"..사명감 꺾는 법리스크 해소 시급
"10~20년 뒤, 수술할 의사가 없다"…의료 공동화 우려
"과실 없어도 형사 책임"..사명감 꺾는 법리스크 해소 시급
"10~20년 뒤, 수술할 의사가 없다"…의료 공동화 우려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의료의 '심장'이라 불리는 외과가 유례없는 격변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술 실력을 자랑하며 'K-메디'의 위상을 높였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인력 부족과 열악한 처우로 인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동헌 온병원 병원장, 노성훈 연세대의대 외과 특임교수, 김선회 중앙대 광명병원 석좌교수, 손수상 계명대 동산의료원 석좌교수 등 대한민국 외과학계의 '살아있는 전설' 4인은 지난 지난 20일 의료전문방송 온닥터TV가 개국 2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특집 대담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 외과의 찬란한 성취와 붕괴 직전의 현실을 가감 없이 증언했다.
과거 외과는 의학의 '꽃'이자 의대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전공이었다.
손수상 교수는 "의료보험 도입 전에는 외과 개원 3년이면 병원을 건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 과였다"고 회상했다.
이날 대한민국 명의들은 외과 기피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비정상적인 수가 체계'를 지목했다.
노성훈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도입 당시 외과 수가가 다른 과에 비해 낮게 책정된 '첫 단추'의 실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회 교수 역시 "미국은 외과 의사 연봉이 내과의 2∼3배에 달하지만, 한국은 차이가 거의 없다"며 "보상 없이 희생만 강요하는 구조에서는 젊은 의사들을 유인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경제적 보상보다 더 큰 문제는 수술 결과에 따른 법적 책임에 대한 공포가 외과 전공기피를 부른다고 진단했다. 고위험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특성상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최선을 다한 의사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사회적 분위기가 젊은 의사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암 수술의 명의인 노성훈 교수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 형사 책임을 묻는다면 진료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그 손해는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날 대담방송의 진행을 밭은 부산대의대 위장관외과 교수 출신 김동헌 온병원 병원장은 외과 의사들이 소신 있게 수술대 앞에 설 수 있도록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등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지원 급감은 이미 의료 현장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 대학병원의 응급실이 폐쇄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남은 전문의들은 번아웃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김선회 교수는 "미래의 외과 의사가 없다는 것은 결국 값싼 외국 인력을 수입하거나, 국민이 수술을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 하는 비극적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성훈 교수 역시 "10∼20년 후에는 질 좋은 외과 의사가 사라져 'K-외과'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고 한국 외과계의 암울한 미래를 진단하고, 지금이라도 정부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화두인 AI(인공지능)와 로봇 수술에 대해서 명의들은 희망과 경계심을 동시에 나타냈다. AI가 판독이나 진단 보조 역할은 수행할 수 있겠지만, 수술의 최종 결정과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는 결국 '인간 의사의 손과 결단'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온닥터TV 특별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4명의 외과 명의들은 "세계가 주목하는 'K-서저리(K-Surgery)'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와 정부의 과감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리나라 수술 사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며 암환자 5년 생존율은 최고입니다. 이 눈부신 성과를 이어갈 후학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돌아올 수 있도록 '천지개벽' 수준의 수가 개혁과 외과의사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합니다."
온닥터TV는 이번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한민국 외과의 길을 묻다-한국 외과의 현실과 미래'를 오는 29일 일요일 오후 6시 방송할 예정이다. 채널은 KT 262번, SKB 270번, LG헬로비전 245번, 울산중앙방송 155번으로 방송된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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