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美규제 불확실성 걷힌 가상자산…한국 ‘2단계법’으로 제도화 가속[크립토브리핑]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3 13:53

수정 2026.03.23 13:53

SEC·CFTC “16종 상품” 지침 발표 후, 국내 2단계법 발의와 규제 정합성 강화

‘스테이블코인’은 인프라 핵심으로…금융사고 예방 위한 내부통제 의무화 ‘관건’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뉴시스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금융당국이 주요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으로 공식 규정한 가운데 한국 정부도 이달 중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법)’ 발의를 예고하며 글로벌 규제 정합성 확보에 나선다. 이번 한·미 양국의 움직임은 가상자산을 기존 금융 시스템 내 상품 및 결제 수단으로 재정의하면서, 10년 가까이 이어진 가상자산의 증권성 논란을 종식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23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최근 발표한 공동 해석 지침을 통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 시총 상위 16종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으로 명시했다. 그동안 SEC가 고수해온 ‘규제 우선 집행’ 기조가 완화되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현물 보유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추가 설계 등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입법이 종합적인 제도 설계 단계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등은 금융위원회와의 최종 조율을 거쳐 이달 중 단일안을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다. 은행이 ‘50%+1주’ 이상을 보유하는 컨소시엄형 모델을 기본으로 하면서 중앙정부·지자체·공공기관과 일정요건을 갖춘 핀테크 기업까지 참여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절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가상자산 거래소 사고를 계기로 더욱 강력한 내부통제 의무도 법안에 담길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보관 가상자산과 원장의 상시 잔고 검증 △다중승인 및 시스템 접근 관리 의무화 △정보기술(IT) 부문 투자 계획 제출 등을 포함한 내부통제·보안 기준을 법안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원화마켓(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은행 수준의 사회적 책임과 리스크 관리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 가운데 한·미 정책의 교차점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 효율화에 맞춰진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안(지니어스 액트) 시행 세칙 제정과 한국의 2단계법 논의 모두 스테이블코인을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자산의 실시간 청산·결제(T+0)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지목하고 있다.

앞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블록체인 기술 기반 거래가 활성화되면 기존 ‘T+2 청산 체계’가 사라지고 사실상 즉시 지급이 이뤄지는 구조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 마스터카드가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BVNK를 약 18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글로벌 금융권도 스테이블코인을 자사 결제 등 네트워크에 통합하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입법 과정의 정치적 변수는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NH투자증권 홍성욱 연구원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정책 추진 동력이 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역시 지방선거 일정을 앞두고 있어 여야 간 이견이 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20% 상한)’ 규정 등 민감한 조항이 법안 통과 과정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자산 분류를 통해 물꼬를 틔웠다면 국내에서는 운영 시스템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2단계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1~2개월 간 정책의 디테일이 확정되는 과정이 앞으로 수년간의 국내 가상자산 시장 판도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