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지만 2·4분기 전기요금은 곧바로 오르지 않았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국제 연료가격을 실시간 반영하는 구조가 아니라 최근 연료비 평균을 분기 단위로 반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이번에 반영되지 못한 원가 부담은 하반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에 순차적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력공사는 2·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한국의 전기요금은 주유소 가격처럼 매일 바뀌지 않는다. 전기요금의 핵심 변수인 연료비조정단가는 최근의 유연탄·LNG·유가 흐름을 일정 기간 평균해 분기 단위로 반영하는 구조다. 즉 3월 하순에 본격화한 전쟁 충격이 4~6월 요금에 즉시 전부 반영되기보다는, 시차를 두고 후속 분기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구조에서는 단기 급등보다 얼마나 오래 높은 가격이 이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
문제는 충격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렸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길어지고 중동산 원유와 LNG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 한전의 발전 연료 조달 비용은 결국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제 가스가격은 약 2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석유는 약 5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특히 한국 전력시장은 석유보다 LNG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 구조여서, 이번 전쟁이 장기화하면 3·4분기 이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에 순차적으로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즉 2분기 전기요금이 당장 오르지 않는 이유는 전쟁 충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한국 전기요금 체계가 국제 에너지 가격을 늦게 반영하는 ‘시차 구조’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국제 에너지 가격과 전기요금 간에는 수개월의 시차가 발생했다"며 "에너지 원가가 계속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경우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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