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성공보수 약정만으로
직무 공공성 훼손 단정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형사사건을 담당한 변호사가 무죄 판결을 이끌었을 경우 성공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0여년 전 나왔던 대법원의 판례가 뒤집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당시 재판부 최성수·임은하·김용두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3일 A 법무법인이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B씨는 지난 2019년 11월 1심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항소심에서 A 법무법인을 선임해 무죄가 확정될 경우, 성공 추가보수 3300만원을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B씨는 2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대법원에서도 무죄로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B씨가 해당 금액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A 법무법인의 소송으로 이어졌다.
B씨 측은 해당 약정이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 약정'으로써, 수사와 재판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켰기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B씨 측 주장은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주장이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해당 판례에 따라 B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서는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변호사가 성공보수를 약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모든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이 곧바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윤리성에 반하거나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해당 약정에서 구속취소나 보석 등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는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배'를 평가하기 위해선 보수 구조로 인해 변호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공공성이나 형사 사법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어야 한다고 한정했다.
또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이나 윤리성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과에 대한 '형식적 성공'이 아니라 '위법하거나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도록 유인했는지'와 '형사사법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실질적으로 해할 위험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과값이 아닌 과정과 결과가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둔 것이다.
재판부는 "모든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를 금지하는 것이 변호사 직무의 공정성과 윤리성을 도모하고, 진정으로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해당 약정이 문제되는 부분은 '의뢰인의 곤궁한 상태를 이용한 과다한 보수 약정'에 있을 뿐, 성공보수 약정 그 자체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성공보수 약정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A 법무법인의 충실한 변론과 노력 덕분"이라며 "B씨의 행위는 기존 법리를 방패로 삼아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서,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현재 해당 판결은 B씨의 상고로, 대법원에서 심리 중에 있다. 만약 대법원이 이같은 판결을 확정할 경우, 11년 만에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 판례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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