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세계 1위 넬리 코다 안방서 울렸다…김효주, 숨 막히는 '와이어 투 와이어' 대관식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3 16:35

수정 2026.03.23 17:02

11년 만의 패권 탈환…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코르다 맹추격 뿌리쳤다… 위기에서 빛난 챔프의 '강심장'
승부 가른 13·17번 홀… '깃대 행운'과 정교한 어프로치
2주 연속 정상·톱5 장악… 美 무대 휩쓰는 K-골프 저력
김효주(오른쪽)가 2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샤론 하이츠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후 넬리 코르다(미국)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효주는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코르다의 맹추격을 1타 차로 뿌리치고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뉴시스
김효주(오른쪽)가 2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샤론 하이츠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후 넬리 코르다(미국)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효주는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코르다의 맹추격을 1타 차로 뿌리치고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의 하늘 아래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서 펄럭였다. '천재 골퍼' 김효주(31·롯데)가 미국 본토에서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넬리 코르다(미국)의 맹추격을 극적으로 따돌리고 짜릿한 우승포를 쏘아 올렸다. 대한민국 여자 골프의 꺾이지 않는 저력과 위상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 완벽한 피날레였다.

김효주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샤론하이츠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5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김효주는 미국의 자존심이자 2위인 코르다를 단 1타 차로 제치고 리더보드 최상단을 굳건히 지켜냈다.

대회 1라운드부터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자, 지난해 3월 포드 챔피언십 이후 1년 만에 일궈낸 투어 통산 8승째 대기록이다. 우승 상금 45만달러(약 6억7000만원)도 거머쥐었다.

김효주(왼쪽)가 2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샤론 하이츠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우승 축하 세례를 받고 있다.뉴시스
김효주(왼쪽)가 2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샤론 하이츠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우승 축하 세례를 받고 있다.뉴시스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이자 피 말리는 자존심 대결이었다. 3라운드까지 5타 차의 여유 있는 리드를 안고 출발했지만, 전반 9개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넬리 코다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결국 10번 홀(파5)에서 코르다에게 버디를 허용하며 공동 선두를 내줬을 때만 해도 우승의 향방은 안갯속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K-골프 에이스의 강심장은 위기에서 더욱 차갑게 빛났다. 매치 플레이를 방불케 하는 압박감 속에서도 김효주는 곧바로 11번 홀(파4)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낚아채며 다시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어 14번 홀(파4)에서는 4m 거리의 까다로운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구며 코르다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하늘도 대한민국의 우승을 도왔다. 13번 홀(파3) 그린 주위에서 시도한 칩샷이 깃대를 맞고 멈춰 서며 파를 지켜낸 대목은 이날의 백미였다. 1타 차 살얼음판 승부가 이어지던 17번 홀(파3)에서도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컵에 바짝 붙이며 파 세이브를 해냈다. 반면, 흔들린 코르다는 이 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어이없이 놓쳤고, 승추는 김효주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벙커에 두 번이나 빠지는 위기가 있었으나, 침착하게 보기로 막아내며 1타 차 짜릿한 우승을 확정 지었다.

김효주가 2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샤론 하이츠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퍼팅하고 있다. 뉴시스
김효주가 2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샤론 하이츠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퍼팅하고 있다. 뉴시스


김효주가 2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샤론 하이츠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김효주가 2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샤론 하이츠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정상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우승은 김효주 개인을 넘어 한국 골프사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15년 LPGA 투어 정식 회원 자격으로 출전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던 파운더스컵 무대에서, 정확히 11년 만에 다시 패권을 탈환하는 진기록을 썼기 때문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LPGA 무대를 휩쓸고 있는 태극 낭자들의 무서운 상승세다. 지난 8일 중국에서 열린 블루베이 LPGA에서 이미향이 우승한 데 이어, 김효주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한국 선수가 2개 대회 연속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김세영과 임진희가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3위, 유해란이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5위에 오르는 등 리더보드 상단이 태극기로 물들었다. K-골프의 전성시대가 다시 활짝 열렸음을 알리는 확실한 신호탄이다.

김효주가 1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샤론 하이츠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첫날 10번 홀 페어웨이에서 샷하고 있다. 뉴시스
김효주가 19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샤론 하이츠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첫날 10번 홀 페어웨이에서 샷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 후 김효주는 "공동 선두를 허용하면서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마지막에 우승해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승부처였던 13번과 17번 홀에 대해서는 "13번 홀은 운이 너무 좋았고, 17번 홀은 어프로치 샷에 자신이 있어 파 세이브가 가능했다"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위기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뚝심,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미국 에이스를 쓰러뜨린 강철 멘탈. 김효주가 보여준 이날의 플레이는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K-골프의 품격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다음 주 타이틀 방어전에 나서는 김효주의 샷 끝에 다시 한번 전 국민의 뜨거운 시선이 모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