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視角] 투자와 투기 사이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3 18:13

수정 2026.03.23 18:13

오승범 증권부장
오승범 증권부장
한국 증시 70년사에 2026년 3월은 미증유의 변동성 장세로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1200p가량 요동치면서 시장이 일시적으로 올스톱되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각각 11회, 3회나 울렸다. 지난해를 통틀어도 사이드카 5회, 서킷브레이커는 전무했다. 하루에도 최대 500p 이상 출렁거려 전무후무한 극단적 냉온탕 장세를 겪었다.

진폭을 확장시킨 건 직접적으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발 유가, 금리, 환율 등의 불확실성이다.

수급 측면에서도 복합적 요인들이 증시를 흔들었다. 지수 쏠림을 심화시킨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펀드를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는 접근성으로 시장규모가 400조원에 육박해 증시 영향력이 커졌다. 10개 이상 종목을 담아 동시에 거래하는 바스켓 매매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ETF 1주를 사도 많게는 수십개 종목을 매수하는 효과로 상승장에서 탄력을 높인다. 반대로 약세장에선 매도하면 한꺼번에 여러 종목을 쏟아내 시장 충격을 가중시킨다.

여기에 사상 최대 신용융자와 2배로 베팅하는 레버리지, 인버스 ETF 등을 활용한 개미들의 공격적 투자가 가세해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졌다. 현재 국내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의 시가총액은 20조원을 넘어 지난해 말 대비 70%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 코스피가 30% 이상 상승하면서 단기차익을 기대한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하지만 코스피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공포에 짓눌렸다. 바닥 난 평정심에 투매물량도 대거 쏟아졌다. 실제 코스피지수가 5000선까지 밀린 지난 4일에는 거래대금이 62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추가 하락 리스크에 차익실현과 손절매 물량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그러나 다음 날 신용융자가 사상 최고치인 33조6945억원을 찍어 하루 만에 급반전됐다. 전형적인 일희일비의 단타다. 손실 만회와 저가매수 등으로 빚투(빚내서 투자)가 하루 만에 폭증하면서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된 증권사들이 줄줄이 신용융자 문을 닫아걸었다.

코스피 상장주식의 회전율 역시 가파른 상승세다. 올해 1월 0.86%에서 2월에는 1.65%로 두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이달 들어선 일평균 전체 상장주식 수(639억주)의 2%를 넘는 13억주가 손바뀜됐다. 통상적으로 대주주, 자사주 등 잠긴 물량이 전체 지분의 5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변동성 확대로 거래대금과 회전율이 급증하는 과정에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등이 늘어난 것은 한방을 노린 단타거래 증가를 의미한다. 초단기 빚투 '미수거래'도 늘어나 담보비율 하락으로 강제청산된 반대매매 규모가 지난 6일에는 824억원으로 불어났다. 2023년 10월 24일 5487억원 이후 2년5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증권가는 뒤늦게 상승장에 올라탔거나 손실을 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과감한 매매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행태는 투기에 가깝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등 최고의 찬사가 수식어로 따라붙는 워런 버핏은 평소 자신의 성공 비결로 인내심과 기업의 진정한 가치 중시를 최우선으로 꼽는다. 유행(테마)을 따르지 않는 장기적 관점의 신중한 투자원칙이 근간이다. 그의 지론으로 보면 기업가치에 집중한 '뚝심'은 투자이지만, 포모(소외불안증후군)나 공포에 내몰린 '조바심'은 투기다. 더구나 시간싸움과 단기 주가 등락에 취약한 빚투는 자칫 '헛심'만 쓰다 낭패를 볼 수 있다.

반면 '주가가 널뛰어도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장착한 경우 격랑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템플턴 뮤츄얼펀드의 창립자이자 가치투자로 미국 월가의 신화가 된 존 템플턴은 생전에 이런 잠언을 남겼다. "시장의 패닉에 즉각적으로 행동하지 말라. 매도 시점은 추락 이전이지, 추락 다음이 아니다.
오히려 숨을 깊게 들이쉬고 조용히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보라." 오늘 역시 투자와 투기 사이에서 외줄타기 중이라면 '쉬는 것도 투자'다.

winwin@fnnews.com